202006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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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금요일, 토요일같은 금요일이랄까. 평일에 쉬는 남편 덕분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아침이다. 알람없이 7시 반에 일어나는 그와 알람없어도 9시까지 잘 자는 그녀. 담 때문에 폼롤러로 등을 문지르는 남편의 박자가 왠지 이 노래랑 어울려서 bgm을 깔아준다. ‘아브라카다브라’. 킥킥킥. 아침부터 이리 웃겨주다니! 자, 오늘은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 오전에 할 일을 정해본다. 편한 차림으로 나가서 마트랑 시장에 다녀오기. 내 크로스백에서 3만원이 나왔고, 남편 바지에서 천원이 나왔다. 오예. 기다려라 탕진잼. 바깥 화단에 핀 접시꽃 한 줄기에는 나날이 꽃망울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그 옆에 라일락은 내년을 기대하라며 초록초록 나무를 뽐낸다. 요즘 엄청난 속도로 자라고 있는 우리집 고무나무를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관전 포인트. . 오랜만에 간 마트라 신났다. 옷, 신발, 전자기기, 운동기구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두 사람. 음식코너를 돌다가 헛구역질 여러 번하곤 했지만 가까스로 위험한 순간을 넘긴다. 오동통면, 고기, 우유랑 요구르트, 시리얼을 사 들고 시장으로 출동. 우리가 잘 가는 야채가게에 들러 고구마랑 버섯, 고추를 샀다. 마음에 드는 과일이 없어 다른 시장에 가서 참외랑 빵 두 개를 담아왔다. 콩물의 유혹에 빠져 한 병을 잡는다. 오늘 점심은 누가 봐도 콩국수. . 오후 두 시 콩국수를 만든다. 재료가 간단해서, 시원해서 한 끼로 좋은 메뉴. 삼시세끼를 보면서 두부 만드는 방법까지 배웠다.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커피가 생각나길래 나는 아이스 맥심을,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와, 이 맛이었어. 아껴먹고 싶었는데 원샷해버리는 쿨함, 그리고 낮잠. 20분 알람은 무색하게도 2시간을 자는 우리는 아주 나태구렁이였다. 슬기로운 낮잠 생활. 다시 돌아온 저녁시간에는 불고기랑 완두콩밥을. 캬, 잔잔함이 흘러 넘치던 행복했던 금요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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