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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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금요일,
자다가 웃음이 터지곤 한다.
남편이 잠결에 오른손을 구부려 백조?모양을 만들었다. 그것도 허공에서 손을 번쩍 들고. 저게 뭐지?하면서 보다가 손을 잡았더니 둘다 어이없이 웃고 말았다. 안 불편한가? 흐흐흐. 어젯밤은 선풍기도 사치였다. 찬 바람이 슝슝슝. 성큼성큼 와버린 가을 공기에 괜히 시원섭섭한 마음과 이불이 소중해지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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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고 나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어난다. 나무도 편한지 되게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내일 남편 생일인데 오늘 같이 먹으려면 장도 봐야하고 택배도 부쳐야 하고, 스트레칭도 해야하고 음식도 해야하니까 바쁘게 움직여야지. 택배회사에 들렀다가 마트로 갔다. 메모해두었던 것들을 바구니에 하나 둘씩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꽃집이 문을 닫았다니.. 아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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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느릿느릿 천천히 요가를 했다.
선생님 멘트를 따라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뱉는다. 요가의 좋은 점은 욕심부리지 않고 내 몸상태에 맞춰서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잘 되지 않는 동작에서는 꽤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것또한 수행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면 된다. 어쩔 수 없으니까. 대신에 이 순간만큼은 나와 나무, 내 몸에 집중하는 거니까 그걸로 만족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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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반.
본격적으로 움직여본다. 먼저 콩나물을 30분동안 손질하고 씻어둔 사이, 도라지를 찾는데 도라지가 없다. 분명히 마트에서 샀는데 왜 없지. 아, 내가 만지기만 하고 안 샀구나. 그렇게 해서 다시 외출행. 도라지 찾아 삼만리. 몇 군데를 돌아도 없어서 젤리랑 김밥 한 줄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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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도 없어서 취나물을 데치고, 나물들을 무쳤다. 하트게맛살은 쉽다더니 이쑤시개를 꽂았더니 여기저기 줘터진다. 아우. 내 스타일 아니네. 미역국을 끓이는데 나무가 계속 움직인다. 나무도 먹고 싶나? 그 다음 불려둔 팥으로 밥을 하려는데, 팥을 삶아야해서 부랴부랴 냄비에 불을 올린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샐러드, 야채 손질, 불고기구기 등등을 준비하느라 되게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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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차려진 서프라이즈 생일상.
마주앉아 밥을 먹고, 하루종일 바빴던 나를 어필했다. 크크크. 그리고 2차는 동네언니가 준 초코케이크에 촛불놀이를 했다. 생일 선물은 도마뱀 젤리랑 책 두 권. 내일 선물도 기대하시라. 서로에게 감사한 우리, 기쁜생일주간. 여보 미리 생일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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