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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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토요일,
0시 3분.
폰 가지고 논다고 축하인사가 늦어버렸다. 여보 생일축하해요! 그래도 내가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는 거 알죵 흐흐흐. 그저 당신의 기념일, 태어난 날에 기뻐해줄 수 있는 나여서 온전히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매년 함께해요 우리. 지금처럼 알록달록 추억을 만들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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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건 9시 반.
침대 애벌레가 된 두 사람은 꾸물꾸물거리다 땅을 밟는다. 시리얼 한 사발씩 들이켜고 조용히 테이블 앞에 앉아서 놀기 시작했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잘 가는 시간. 굳이 비좁게 소파에 누워서 폰을 가지고 노는데 땅이 젖은 듯한 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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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외출을 했다.
시장에 들러 복숭아 한 박스를 사 들고 시가로 고고고.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시부모님. 아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바쁘게 음식을 준비하고 계신다. 1차는 한방수육, 2차는 가리비와 홍합, 3차는 애호박전과 굴전, 4차는 팥밥과 미역국, 5차는 과일과 케이크. 생일축하 노래도 다 같이 부르고 부지런히도 먹었다. 소화가 될 틈도 없이 들어가는 음식들에 놀랄 내 위장아 오늘을 잘 버텨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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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도와드리려고 움직이면 앉아 있으라고, 설거지도 아무 것도 못하게 하셔서 정말 편하게 먹기만 했다. 나무가 할머니 앞에서 신명나게 툭툭 쳐줬으면 좋았을 텐데. 돌아가는 길에 밑반찬과 복숭아, 포도를 한 가득 챙겨주셨다. 예쁜 거 먹으라고 알알이 예쁜 포도를 챙겨주신 마음이 감사했던 오늘. 감사합니다. 으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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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와서 하루를 기록하는 밤.
남편 생일 선물이 도착했다. 그것은 바로 목공용 도구. 요게 뭐라고 그리 좋아하는지. 참말로 귀여운 사람이다. 그리고 내 생일도 아닌 남편 생일인데 축하해주는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마음에 꽃이 피는 9월 5일이었다. 그저 감사한 마음. 나도 더 다정해져야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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