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009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9월 7일 월요일, 11시에 누웠는데 잠든건 12시였다. 둘 다 뒤척뒤척 쉽게 잠들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낮에도 마신 커피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고양이 베개를 껴안고는 곧 꿈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건 3시 35분. 새벽에 툭툭거리는 나무가 유난히도 활발하다. 툭툭 뿐만 아니라 풍풍 미는 듯한 느낌, 심지어 배가 흔들린다. 그런데 나는 왜 목이랑 속이 뜨겁지. 왜 나는 다시 잠들지 못하나. 5시까지 말똥말똥 눈을 가진 이숭이였다.. . 피폐해진 월요일 아침. 다행히도 남편 출근 시간에는 바람이 심하지도 않았고, 비만 쏟아붓는다. 마이삭 조용히 지나가라.. 남편이 가고 나서 8시 반부터 쓰러지듯 잠을 잤다. 일어났을 때는 이미 태풍이 대구를 벗어나고 있었다. 한숨을 돌리며 시리얼로 배를 채웠다. 호로록 호로록. 오늘도 네모네모 로직과 인터넷 검색, 책을 읽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나의 시간들. . 끝나지 않은 남편 생일주간. 다시 소고기미역국을 끓인다. 버섯, 청양고추, 양파를 썰어 부채살 고기랑 같이 구웠다. 우리가 좋아하는 현미밥도, 콩나물, 취나물, 고춧잎, 쌈채소와 양배추 샐러드도 다 나왔다. 다시 한 상 가득한 저녁 밥상. 같이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우리의 저녁시간이었다. 냠냠. . 저녁이 있는 삶. 나는 로직을 붙잡고, 남편은 목공놀이를 한다. 어제에 이어 우드카빙을 하던 그는 부지런히 나무를 깎고 다듬는다. 우리집에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요즘. 슥슥슥 샥샥샥 방망이 깎던 그도, 슥슥슥 네모 칸을 채우던 나도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온다. 징그럽게도 안 풀리는 네모로직, 그리고 갑자기 뚝!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그곳엔 두 동강이 난 숟가락이 보인다. 아뿔싸. 부러졌구나.. 원두 15알 담을 수 있는 커피스쿱인가.. 옆을 돌아보니 그는 다 내팽개치고 식혜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0906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