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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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화요일,
몸에 벌레가 있나.
벅벅 박박박. 로션이나 튼살크림을 바르고 나서 긁고 누워있어도 긁고, 자다가도 긁고. 몸이 간지러운데 한 두 곳이 아니라서 괴롭다. 긁지 말라고 하던데 안 긁을 수가 있어야지. 다리 허벅지 배 팔 손등 아이참. 소양증인가. 남편이 없을 때 등이 간지러울 때 너무너무 불편해. 지금도 안보이는 벌레가 기억다니는 느낌이 든다. 가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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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백로라더니 온도가 확 바뀌었다.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되는 밤. 남편은 누워있다가 긴 팔을 꺼내 입는다. 이불을 사랑하게 되는 계절이 찾아왔다. 절기대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나 보다. 낮 밤 기온 차이가 10도나 차이난다. 코로나 때문에 즐기지 못 한 봄 여름이 지나고 벌써 가을이라니. 달력도 몇 장 안남았다니. 왜 이리 아쉬운 걸까. 겨울이 오면 나무를 만나는 것도 아직 먼 미래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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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내 시간을 보낸다.
모자란? 잠을 채우고 일어나 요가 매트를 펼쳤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인 날은 가벼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날은 삐걱거리는 내 몸. 기름칠 대신에 스트레칭을 해볼까? 지음요가로 천천히 동작을 따라해본다. 처음과 끝에는 늘 나무에게 말을 걸어준다. ‘나무야 오늘 나랑 요가하자’와 같은 말. 모든 동작에 다 적용되지만 깊게 들이쉬고 내뱉는 숨을 이완할 때는 더 느긋하게 시간을 가진다. ‘나무야 고마워’하고 말을 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꿈틀꿈틀.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편하니, 시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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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차려 먹었다.
미역국, 풀이 가득한 밥상과 현미밥. 한 그릇을 뚝딱하고 시원한 밀감을 꺼냈다. 영화 ‘북 오브 러브’를 보는데 손은 밀감을 까는데 몰입을 했다.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일곱개를 먹었다. 오메.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돼지바까지 먹고 끝. 이번 영화보다는 ‘시절인연’이 더 괜찮았는데, 탕웨이는 매력적이다. 내 스타일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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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저녁이라니.
퇴근길 저 멀리서 우리 자동차가 눈에 보인다. 호다닥 준비하고 현관문 앞에 있어야지.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컨택하는 우리. 반가워 반가워 여보여보. 저녁도 미역국이 나왔다. 나물이 많으니까 비빔밥을 먹어야지. 고추장이랑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서 한입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포도까지 먹고나니 배가 빵 터질 것 같은 나무배 아니 내 배였다. 늘 그렇듯 네모로직에 빠진 밤, 사진도 찍고 수다를 떨고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는 밤. 평범한 밤은 매일매일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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