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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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수요일,
시간이 어쩜 이리 빠르게 흐를까.
벌써 수요일, 9월도 3분의 1일 지나가려 한다. 서늘해지고 찬바람이 부니까 겨울도 곧 금방일 듯하다. 수험생들을 위해 100일 기도를 하는 부모님들처럼 나의 출산일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앞으로 남은 93일. 이 또한 나의 영역이 아닌지라 얼마 남은지도 정확히 모르는 날짜. 내가 지금 해야할 건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충분히 쉬거나 차곡차곡 기록하는 것. 그리고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낼 것. 여보 안녕, 나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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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최근에 다시 턱걸이를 시작했다.
몇 달 전에도 계속 해오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팔이 아파서 턱걸이도, 푸쉬업도 올스톱. 시간을 쪼개어 운동을 하고 또 쪼개어 목공놀이를 하고 또 쪼개어 나와 나무랑 보내고, 또 쪼개어 본인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 뭘 하든 열심히 하는 그의 태도는 늘 본받을 만하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한 내사람, 내 사랑, 우리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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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나는 늘어지도록 잤다.
거실에 나와서 선풍기를 틀고 요가매트를 펼친다. 선생님과 느릿느릿 요가 시-작. 몸 구석구석에 숨을 불어주고 천천히 움직인다. 하나 둘 셋 넷 조용히 숫자를 센다. 딴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이 시간에 집중집중. 오늘도 나무는 이완 동작에서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고마워 나무야. 내일도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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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가고 가을이 오더니 미세먼지도 찾아왔다.
목이 칼칼한 것이 뿌연 하늘이 까맣게 변했다. 결국 비가 내린다. 먼지가 씻겨 나갔는지 깨끗해진 바깥이 반가워 창문을 활짝 열었다. 기분좋게 시리얼과 요거트를 비우고 네모네모 로직에 열중하는 시간. 곧 책 한 권을 다 채울 수 있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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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잘 빠지는 타입.
저녁은 바깥음식이다. 뿌링클 한 번 먹어보고 또 생각나서 냉큼 주문을 했다. 감자도 좋아하니까 추가. 내가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거의 오케이! 해주는 남편이 또 감사해진다. 우리의 즐거움은 통닭을 뜯으면서 보는 드라마. 배가 부르면 절로 나오는 콧노래 타임. 유난히 신나게 움직이는 나무를 느끼는 순간.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듣는 밤. 몹쓸 애교로 혀가 짧아지는 지금.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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