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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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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화요일, 0시 땡 하자마자 보내는 글자들. ‘사랑해요 여보, 우리 3주년 축하해요’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나의 감성과 애정 듬뿍 묻었던 그 시간에 그는 어푸어푸푸 씻고 나왔다고 했다. 피곤하다고 하면서 30분 넘게 쫑알쫑알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마주보는 우리 대신에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는 밤. 특별한 숫자 1028. 그리고 10월 28일. . 꼬르륵 꼬르륵. 새벽 두 시에도 배가 고프고, 자다 깬 네 시에도 배가 고팠다. 이대로 냉장고에 직진하고 싶었지만 용감하게 잘 참았다. 곧 아침이 밝았고 남편 모닝콜 시간에 눈이 떠진다. 둘 다 목소리가 골골골. 오늘은 ‘꼭 일찍 자자’고 ‘조심히 다녀오라’고 했다. . 감 하나, 고구마 하나, 두유 하나를 먹는다. 10시 거제로 출발- 흐린 하늘을 뚫고 바다냄새를 맡으며 달려온 우리 가족. 꽃을 보러왔는데 입장을 못 해서 그 옆에 있는 정글돔으로 향했다. 엄청나게 크게 지은 돔모양의 식물원. 꽃 대신 갑자기 나무 구경이라니. 선인장부터 고무나무, 독특하게 생긴 꽃들까지 초록초록 알록달록한 세계. 나무 사진도 남기고 나무에게 말도 거는 나무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 근처 식당에서 굴코스 요리를 시켰다. 기분파 이숭이는 내가 쏘겠다며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외친다. 파워당당. 석화찜, 굴전, 굴튀김, 굴죽, 굴무침으로 굴파티를 벌인다. 생굴은 안 먹지롱. 이서방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생각나는 우리 여보. 오빠집에 가서 커튼을 달고 청소를 했다. 아니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나무랑 편안하게 놀고 있었다. 이제 정말 시도때도 없이 움직이는 나무는 에너자이저였나. . 저녁으로 장어탕까지 먹고 다시 통영으로 넘어오니 저녁 7시가 됐다. 각자 좋아하는 간식을 먹고 그대로 쓰러진 아빠 엄마 나. 그 중에 나는 제일 딥슬립. 어우. 한 것도 없이 피곤했나 봐. 양산 출장을 다녀온 남편도 추어탕을 먹고 이불 빨고 빨래 개고 주부놀이 중. 3년 전 결혼식 그때가 자주 생각났다. 현실은 각자 결혼 기념일을 보내고 있는 우리였지만 마음은 함께라는걸. 만나는 날 기쁘게 사랑한다 말할게요. . 요즘 나의 후크송. 최성수-기쁜 우리 사랑은. 사랑의 콜센타에서 추가열이 부르는 노래에 반해서 듣고 듣는 노래. 추천해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랑은 기다리면은 달아날 것 같아
우연히 길을 걷다가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쁘게 사랑한다 말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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