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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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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목요일,
일찍 자자고 말하는 날이면 꼭 늦게 자러가는 우리. 야밤에 목구멍이 뜨거워 처방받은 약을 쫍쫍 빨아먹고 있을 때, 남편은 장롱에 있는 이불이랑 싸움을 하고 있었더란다. 다 정리하고 연락이 올 때까지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눕자마자 자는구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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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몸무게는 신기록.
10킬로만 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 세상 맛있는 음식, 고칼로리는 다 먹는 열린 마음 이숭이. 먹고 싶은 게 왜이리 많을까. 체중계는 9와 10킬로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중. 아직 40일은 더 남았는데 괜찮을려나. 종종 배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온 몸이 가렵다. 특히 배와 등 부분. 일어날 때는 자동으로 ‘으아’ ‘으허어어’ ‘아이고오’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태동을 느끼는 순간부터는 그냥 다 괜찮아진다. 기특한 우리나무. 매일 잘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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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과 과일, 두유로 배를 채웠다.
나무가 제대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틈틈이 고양이자세를 하고 있다. 오전 10시가 넘으면 나무가 깨어있는 시간인지 꼬물꼬물 흔들흔들리는 배. 한참을 들여다보고 쓰다듬어 주곤 했다. 나와 아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게, 배 속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임신 9개월, 예비엄마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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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차를 타고 붕붕붕.
통영에 오면 만나게 되는 동생들이 있다. 올해 꽤 자주 본 우리들은 오랜만에 커피 짠!을 외치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린이가 된 아가야는 ‘이모’라고 곧잘 부른다. 이제는 정적인 활동도 가능해져서 구급차놀이를 하고 과일 야채를 자르고, 동화책을 보고 놀았다. 일일 방문선생님이 된 동생은 집에 가기 직전까지 과일야채를 잘랐다지. 흐흐흐. 예쁜 선물도 고맙고 소중한 추억도 고마워. 내년엔 나무랑 함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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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게 물든 바다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바로 밥을 먹는 기똥찬 타이밍. 아빠 엄마랑 같이 갈치조림에 밥 슥슥 한 그릇을 비운다. 퇴근한 남편은 비빔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집안일은 끝이 없는지 매일 주부놀이를 하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좀 제대로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어쨌든 고맙다고요. 아까 낮에 뒤로 넘어져서 꽈당!했더니 허리가 계속 찌뿌둥하다. 조심성없는 엄마여서 미안해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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