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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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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금요일, 자다가 온몸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잠결에 벅벅 박박 긁다가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서 급히 크림을 마구마구 발라본다. 이제는 자세가 불편한데다, 바로 잠들지 않아서 뜬눈으로 지내다 겨우 눈을 붙였다. 그나저나 나무야 왜 안자니. 무슨 일이니. 낮에 커피를 마신 건 난데 나무도 잠을 못 자는 걸까. 밤새도록 요동을 치는 나무가 신기한데 신경쓰이네. 정말 많이 컸나 봐. 활기찬 나무의 34주 시작을 응원해. . 공기 중으로 날아간 모닝콜. 눈을 떴을 때 남편은 이미 일을 하는 시간이었다. 잠결에 ‘나무야~’하고 부르는 아빠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기절하듯 자고 일어난 나는 또 빈집을 차지했다. 혼자서 고구마랑 키위, 사과를 먹으면서 배를 채운다. 어젯밤에 배고팠는데 잘 참은 나를 칭찬해. . 엄마는 같이 목욕탕에 가자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나는 몇 번을 거절했다. 쫄보쫄보 이숭이. 대신에 욕조에 물을 받는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로 물을 가득 채우고는 퐁당 들어갔다. 이 때도 꿀렁이는 나무를 보면서 ‘목욕을 할 거라고’ 내 계획을 밝혔다. 혼자서 때를 미는데 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충격받았다. 때마침 엄마의 등장으로 등이랑 둔부 해결! 엄마에게 거대한 등을 맡겼는데, 뭔가 출산 전에 치르는 몸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 같기도 했고, 엄마와 딸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와 시간이었달까. 어쨌든 감사하고 시원한. . 큰방에 엄마랑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면 엄마는 늘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신다.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꽈리무침반찬을 뚝딱 해놓으시고, 아빠는 나 대신에 빨래를 널어놓으셨다. 셋이서 머위랑 깻잎쌈에 수육이랑 양파 툭 올려서 먹는 저녁밥은 기가 막히게 맛있네. 남편은 만두와 함께 자유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 내일이면 드디어 만나는 우리. 나무야 아빠 온대. 반갑게 인사하자 우리. . 대구에 가고 싶으면서도
통영에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 남편도 좋은데, 아빠엄마랑도 더 있고 싶다. 내년 봄엔 아가야랑 함께 오겠지. 아직 실감이 안 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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