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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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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토요일,
4시에 깼는데 나무는 꿀렁꿀렁 중.
이제는 시간대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에, 가끔 눈이 똥그래질 정도로 센 힘이 느껴지는 태동에 놀라곤 한다. 5시 45분에 일어나 아침 일찍 나들이를 가시는 아빠 엄마를 배웅해드렸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영혼없이 채널 버튼을 콕콕 누르는데 볼 만한 게 없다. 다시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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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쯤 눈이 떠졌다.
이제 출발한다는 남편의 연락에, 나무에게 ‘아빠 온대!!’하면서 상황을 알려줬다. 두 시간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동시에 우리가 만났다. 오랜만이라 신난 나는 방방방.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2주 사이에 훌쩍 커 버린 배를 쓰다듬는데 남편 눈도 똥그래졌다. 나무가 엄청 큰 것 같다고. 우리 셋이 만나는 순간, 뭔가 모를 완전함이 느껴진다. 갑자기 내게 내민 분홍장미 꽃다발에 감동받는 이숭이였다. 늦었지만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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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먹고 싶었던, 최근에 생각나는 것들을 다 먹고 대구 가야지. 그렇게 해서 시작된 통영 먹방투어. 1차는 홍스쭈꾸미. 마요네즈 콕콕 찍어먹는 주꾸미와 수북한 날치알 볶음밥이 그리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었다. 2차는 미니붕어빵. 줄 서서 먹는 붕어빵이 통영에 있다. 내 앞에 4팀이 있길래 기다리다가 호두과자, 땅콩빵, 붕어빵을 섞어 샀다. 허어허버하면서 먹는 겉바속촉 빵. 왜 이리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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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구경을 하려고 산양면 한 바퀴를 돌았다.

통영대교와 빛나는 바다는 또 왜 이리 아름다운지. 역시 나는 바다감성이었어. 3차는 밈 커피. 약간 늦은 시간이라 커피 대신에 청귤에이드를, 남편은 커피를 사 들고 집으로 왔다. 한번 쭈욱 들이켜고는 둘 다 곯아 떨어진다. 쿨쿨쿨. 일어나서 또 붕어빵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 4차는 신사소곱창. 오늘 먹지 않으면 언제 먹을지 모르니까 소곱창으로 정했다. 1시부터 계속 먹었던 탓에 배가 불러서 집중하지 못 한 나를 반성해. 그러다 갑자기 필 받아서 열정적으로 먹고 볶음밥도 다 비웠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 2주동안 부모님이랑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쉬었는데, 오늘이 되어서야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통영을 돌아다녔다. 일탈이 좋아. 흐흐흐. 10월의 마지막을 제대로 보낸 우리셋. 행복하자 11월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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