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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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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월요일, 극세사 이불은 좀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포근했다. 아 조금 답답한 거 빼고는 따뜻한 촉감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매일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자주 신물이 올라오고 속쓰림도 같이 왔다. (겔포스 같은) 처방 받아온 약을 먹어도 일시적인 멈춤 뿐. 아기가 많이 커지긴 했는지 위를 자주 누르나 보다. 그래도 잘 견뎌볼게! .
6시 45분, 남편이랑 함께 일어났다. 알람소리도, 간식을 챙겨주는 것도 오랜만인 일상. 감을 깎고 삶은 달걀 두 개 껍질을 깠다. 촉촉해진 붕어빵을 데워서 통에 담아주고 따뜻한 물을 건넨다. 이번 주도 파이팅하자고 응원을 하고 안아주고는 빠빠이. 나무도 같이 배웅하는 날이 오면 그 땐 또 어떤 기분이려나. . 실컷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챙겨 먹는다. 통영에 있을 때도 거의 혼자 아침 겸 점심을 먹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집이 조용하다는 거? 음악을 틀고 깨죽을 데운다. 초코빵 하나도 먹고 작두콩을 마시는 오후. 출산용품 준비도 해야지.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네. . 34주 나무는 힘 자랑이라도 하듯 배 속에서 엄청나게 꿀렁이고 있었다. 전엔 작은 물고기, 미꾸라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메기같이 큰 움직임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슉슉 지나갈 때도 있고 배가 흔들릴 정도로 흔들기도 한다. 하긴 9개월이니 많이 컸네 우리 나무. 오늘도 고마워. . 2주 사이에 저멀리 보이던 가로수와 산 색깔이 알록달록 바뀌었다. 예쁘게 옷을 갈아입은 걸 보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나. 저녁은 받아온 음식들로 수월하게 준비를 했다. 찰밥과 잡채, 소고기와 반찬들. 한상 가득 차려서 먹는 것도 오랜만인 우리였다. 그러다 졸음이 쏟아져서 쓰러져서 자고 일어난 잠탱이 원투. 밤에 잘 자야 할 텐데.. 그나저나 다시 시작된 목 뜨거움때문에 고통받는 내 목.. 내일 병원가면 또 약 사 와야지.. 어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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