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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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화요일, 저녁을 먹고나서 자면 안 되는 거였다. 10분정도만 잘 걸.. 불을 끄고 누웠는데 둘다 뒤척뒤척, 배를 쓰다듬으면서 나무랑 놀다가, 먼저 잠이 들긴 했는데.. 문제는 남편은 3시 반까지 못 잤다고 한다. 오늘은 일찍 누워야지.. 남편 말로는 내가 자고 있어도 나무는 신나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 모습도 귀엽네. . 나무보러 가는 날. 꽁꽁 싸매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쌓인 낙엽들을 저벅저벅 밟는다. 노랑 빨강 나뭇잎들도 안녕, 계절을 잊은 장미꽃 세 송이도 안녕. 겨울바람 같은 날씨 요정도 안녕. 나무야 오늘도 잘 부탁해. . 병원 가는 길은 늘 설렌다. 나무 몸무게는 얼마일까? 궁금했었는데, 우리의 예상대로 잘 크고 있었다. 3주 만에 만난 아가야는 2.4kg. 와우. 초음파 화면으로도 느껴지는 포동포동 오른 살. 이번에도 꾸욱 눌린 코가 보여서 웃음이 났다. 왜 이리 귀엽고 재미있니 나무야. 최근에 거꾸로 있었는데 다행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며 앞으로 걷기 운동을 많이 하라고 하신다. 궁금했던 거나 걱정되는 것들을 모아서 질문을 하면 선생님은 다 괜찮다고 했다. 뭐든 다 가능할 것 같아서 자신감이 생긴다. 오케이. . 집에 와서도 틈틈이 말을 걸었다. 잘 크고 있어서 고맙다고, 건강하게 만나자는 말은 매일 하고 있는데, 요즘은 태동으로 대답을 하는 것 같아 더 즐겁다. 기쁜 마음으로 깨죽을 데워서 호로록 먹고 초코파이 하나도 꺼냈다. 보다 만 ‘에밀리, 파리에 가다’ 8화-10화까지 보고 허리가 아파서 눕기로 했다. 그때부터 딥슬립 세상. 엄마 전화에 잠시 깼지만 그 뒤로도 비몽사몽. 너무 피곤하네. . 어둠이 내리고 남편이 올 시간이 됐다. 메뉴는 팥찰밥, 순두부찌개, 소고기구이랑 모둠쌈채소. 어제 메뉴에 잡채 대신에 찌개만 추가했다. 뚝배기에 끓여볼 거라고 두 개를 꺼냈는데 하나는 너무 크고, 하나는 너무 작다. 그릇은 작은데 재료는 넘치도록 많아서 국물을 퍼냈다. 파랑 달걀까지 톡 넣으면 맛있는 순두부찌개 완성! 둘이서 뜨끈뜨끈 속을 데우고 금방 밥을 다 먹었다. 어제도 오늘도 설거지를 하는 남편 덕분에 편하게 쉴 수 있었다. 튼살크림까지 발라주고 다정한 사람. 나무야 아빠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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