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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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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수요일, 현관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온도. 어제보다 더 추울 거라고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다. 내복에 긴 양말, 도톰한 외투를 입고 나서는 남편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손발만 덜 시리면 좋을 텐데. 수족냉증인들이 힘들어하는 계절이 왔다.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게 필요해. . 다시 이불 속으로 쇽. 나무가 보내는 신호들을 반쯤 감긴 눈과 비몽사몽 상태로 대답했다. ‘그래, 나무야 일어났어?’ ‘나무 뭐해?’ 하면서 이제는 혼잣말도 아주 잘 하는 내가 됐다. 잘 차려 먹어야 하는데 몸이 왜 이리 무거운지 계속 누워 있었다. 결국 잠이 배고픔을 이겼다. 나무가 내 배를 팡팡 차는 게 혹시 배가 고프다고 하는 걸까. 내가 먹기 싫다고, 안 먹고 싶다고 끼니를 건너뛰는 건 왠지 모르게 미안한 감정이 들곤 한다. 괜히 이것 저것 다 신경이 쓰이네. 뭐라도 먹을까.. . 모처럼 약속이 생겼다. 털옷을 입고 바람을 가르며 뚜벅뚜벅 걸어갔다.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를 보자마자 쫄랑쫄랑 뛰어오는 모습이 귀여운 그녀. 대구에서 알게 된 동생인데, 아주 가끔씩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곤 했다. 근데 우리 언제 봤더라? 돈까스랑 볶음우동을 먹고 그동안의 소식들을 다 쏟아냈다. 선물교환도 하고 근처 카페에서 또 수다를 떨었다. 아기, 고양이랑 강아지, 그리고 맛집 공유와 음식 얘기에 진지한 두 사람. 나도 그녀도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이었다. . 퇴근한 남편이 동생을 데려다 줬다. 드라이브 겸 같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맥도날드 빅맥세트가 우리 손에 있다. 현관문 앞에는 택배상자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대부분 아기용품들 아니면 주방용품이나 얄궂은 것들이다. 사고 싶은 건 왜 이리 많은지. 귀여운 것들에 지갑이 잘 열리는 이숭이는 충동구매를 잘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햄버거 좀 먹고 꼬북칩 초코맛도 좀 먹고 생각해보자. 오랜만에 보는 드라마 ‘가족입니다’ 8화. 우리 참 평화롭네 평화로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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