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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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토요일,
갑자기 목이 뜨거워 잠들지 못했다.
비단 속쓰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시부터 불타오르는 목. 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참기로 했다. (이젠 안 참을래..) 잠깐 잠들면 눈이 떠지고 자세를 바꿀 때마다 허리랑 다리가 우드드득. 그러다 5시에 잠들고 8시에 깼다. 하나도 안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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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울 줄 알았던 우리의 토요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편이랑 치과 상담을 갔다가 밖에 돌아다니는 거였는데 다르게 흘러갔다. 그는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고 나는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팡팡 털어서 널고 수건 빨래로 넘어갔다. 배가 고파서 도넛 한 개랑 두유를 먹으면서 보내는 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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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공구를 가지러 잠깐 집에 들렀다.
따로 먹게 되더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사 온 참치김밥. 주스랑 같이 맛있게 먹고 낮잠열차 떠납니다. 칙칙폭폭.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자고 일어나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침에 나갔던 남편은 7시가 넘어서 집에 왔고, 차 위에 올려둔 달걀 한 판을 깜빡해서 잡으러 갔다왔다나 뭐라나.. 내가 할 수 있는 칭찬과 위로를 아끼지 않고 궁디팡팡팡 두드려줬다. 고생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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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분식이 도착했다.
9시에 먹는 저녁이라니. 떡볶이랑 주먹밥, 감자튀김이랑 순대. 우리의 사랑 쿨피스까지. 음식이 들어가기도 전에 마신 주스가 배를 이미 반 쯤 채웠다. 드라마 ‘산후조리원’ 2화를 보면서 낄낄낄. 머지 않아 겪게 될 출산과 육아의 세계. 나는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지금처럼 웃음이 나올지.. 일단 선생님을 믿고 나를 믿고 아기를 믿어보자.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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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배 크기에 옷들이 작아졌다.
통영가서 엄마 잠옷을 입었는데 쭉쭉 늘어나는 게 그리 편할 수가 없다. 결국 두 벌을 챙겨서 대구에 왔고 내 몸처럼 계속 입고 있는 꽃무늬 잠옷 최고 최고. 톡톡은 어느새 파닥파닥 꿀렁꿀렁으로 바뀌었다. 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나무의 움직임. 아프기 보다는 나무가 힘이 세졌다는 사실에 매번 놀랄 뿐이다. 오늘 태동 엄청나네 나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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