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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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일요일,
휙 돌아보니 남편이 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도 눈 뜨자마자 폰을 만지는, 우리는 폰 중독.. 다시 자다가 또 폰을 잡는다. 씻으러 일어났다가 춥길래 다시 이불 속으로 숑 들어가자마자 쿨쿨쿨 잠이 들고 말았다. 분명 8시에 깼는데 왜 12시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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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도 씻기 귀찮은 우리.
‘아쓍!’ 있는 썽 없는 썽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호다닥 씻고 챙기는 사이에 남편은 깨죽을 데우고 반찬을 꺼냈다. 어제 계획은 모닝 커피였는데 깨죽을 먹고 있네 깨죽깨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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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바람이 분다.
예쁘게 물든 나뭇잎들이 다 떨어질까 봐 괜히 아쉬웠던 우리는 잠깐 나무들 사이로 걸었다. 가을아 가지마.. 씽씽 달려온 곳은 시부모님댁. 원래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독감백신 때문에 취소된 약속. 대신에 과일만 깎아먹고 우리는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도 나무는 할머니 손길에 자그마한 신호를 보내는 것에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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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친구부부를 만났다.
집들이 겸 오랜만에 본 건데 최근에 만났던 게 1년 전이었나.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언니부부는 물론이고 순하디 순한 고양이들이 우리를 반겨줘서 더 즐거웠던 시간. 회색냥이두 마리랑 치즈냥이 한 마리는 교대로 우리에게 이쁨을 받는다. 나의 팡팡이 싫진 않은지 옆에 자리를 잡고 마음껏 즐기던 회색고양이가 여전히 아른아른거린다. 다음엔 같이 가자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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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깥음식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겨우 집에 있는 음식들을 먹자고 마음을 잡았는데, 찬바람 부는 날씨 덕분에? 칼국수로 마음으로 돌렸다. 대구에서 처음 들어보고 처음 먹어본 칼제비, 남편은 묵은지 칼국수, 그리고 돼지껍데기. 추움은 온데간데없이 땀 주룩주룩 뻘뻘 흘리는 우리였다. 잘 먹고 잘 논 주말 안녕. 오늘 밤은 편하게 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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