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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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월요일,
아기 낳고 일찍 자러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은 입원 1일 차. 후처치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주먹만하던 자궁으로 수축하기 위해서는 마사지를 8시간 이상 하라고 했다. 누가? 남편이. 새벽중에도 수액 맞는 거랑 체온도 계속 확인하고.. 분비물이 계속나와서 주기적으로 패드를 교체하고, 잔뇨감 상태를 보려면 5시까지는 소변을 봐야하고.. 내가 일어나거나 움직이려면 남편 도움을 받아야하니까 남편은 더 잠들지 못 했다. 어우.. 선생님 저희 언제 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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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피곤한데 쉽게 잠들지 못한 이유는,
나 스스로가 큰 도전을 해낸 것 같아서, 곁에서 너무도 고생하고 있는 남편이 고마워서, 낯선 세상을 향해 잘 견뎌준 나무가 고마워서, 응원해준 가족들과 친구들, 병원 선생님들이 고마워서였다. . 기다려지는 7:30 첫 식사. 졸리지만 아침밥 나오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자연분만의 큰 장점은 출산 후에 밥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 미역국 한 숟가락을 뜨자마자 행복해서 기쁘게 다 비웠다. 남편은 햄버거를 먹을 거라더니 결국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그리고 하루 두 번 있는 신생아 면회. 어제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똘망똘망 눈을 뜨고 있더니 오늘은 단잠에 빠져있다. 빨리 낳고 싶어서 내 욕심이지만 ‘12월6일에 생일하자 나무야!’라고 외쳤더니 1분을 남기고 나온 우리 아가. 2일 차 세상 밖은 어떠니. . 금세 돌아온 점심시간. 또 미역국이다. 미역국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한달도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루룩 후루룩 또 한그릇을 비우고 낮잠을 좀 잤다. 좌욕, 다리 마사지를 하고 개운함을 느낀다. 겨울출산은 따뜻하게 조리할 수 있어서 좋다던데, 나는 왜 이리 땀이 넘치는 걸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벌써부터 아이스 커피가 땡긴다..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싶은 불량엄마 이숭이. . 5시반에 저녁이 나왔다. 변하지 않는 메뉴는 미역국. 뭐 한 것도 없이 배는 또 왜이리 고픈지. 도넛방석 위에 앉아서 열심히 먹는다. (나의 통증을 보호해주는 도넛방석 만든 이여 복받으십쇼.) 간식이 나온대서 기다렸는데 전복죽에 미역국이다? 미역국이 왜 간식인거죠? 그새 남편은 집에가서 냉장고 정리랑 통영에서 온 김장김치를 통에 담고, 밥을 먹고 돌아왔다. . 갑자기 모유수유실 콜을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아직 젖도 나오지 않지만 아기를 안아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깨어있던 나무를 보자마자 심장이 콩콩콩. 알려주시는대로 해보지만 손이 떨리고 팔이 떨린다. 아이고야.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야 나무야’ 불러봤더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눈을 마주치던 우리 아가. 분유로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 품안의 작디 작은 이 소중한 존재에게 책임감과 힘을 느낀 순간이었다. 고마워 오늘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