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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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화요일,
격하게 따뜻한 축하인사들을 받고 잠든 밤이었다. 6시 40분, 남편 폰 알람이 울린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좌욕을 하러 떠났다. 어제 처음 경험해본 좌욕은 신세계. 보글보글 참 개운하네. 상쾌하게 남편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을 한다. 잘 다녀오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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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퇴원하고 조리원으로 가는 날.
2주 간 묵을 방에 짐을 풀고 쉬는데 아기를 데리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신생아 검사 결과랑 현재 상태를 듣고 품에 안는다. 말똥말똥 뜬 눈으로 마주치니 심장이 콩콩콩. 내 심장 나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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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역국이 아니잖아!
미역국만 나올 줄 알았는데 순두부찌개였다. 나름 실망을 하면서도 잘 먹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특식이라나. 먹고 낮잠 자고 일어나 간식으로 나온 단팥빵을 먹었다. 계속 먹는데.. 인풋은 있고 아웃풋이 전혀 없는 나의 몸. 충격적인 건 소변이 마렵지 않다고 해서 화장실을 안 가면 안된다는 거.. 변기에 앉자마자 나오는 소변. 내 몸인데 내가 잘 모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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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궁금해서 보러 갔다.
운이 좋게 깨어있는 모습을 봤는데 재채기도 하고 잔뜩 찡그린 얼굴도 내눈엔 마냥 귀엽기만 하다. 그러고 다시 방에 와서 사진을 몇 번을 더 봤는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얼굴이 바뀌는 것 같아 낯설어도 참 귀엽다. 하트뿅뿅 나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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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에 저녁(미역국)을 먹고 7시에 간식(팥죽, 미역국)을 먹는다. 수유콜을 받고 아직 젖이 돌지 않아서 수유 연습만 해보기로 했다. 아직 다 엉성한, 고장난 이숭이는 아기를 안는 것도 그저 벅차기만 하다. 그런데 젖을 물려야 하고, 들어올려서 토닥토닥도 해야하는데 쉽지 않다.. 설명을 들어도 잘 안 되네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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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나도 난감. 얼마나 당황스럽고 어려운지 땀이 줄줄줄. 그러다 나무 머리에 땀 한 방울까지 흘리는.. 그런 엄마가 나야.. 연습을 끝내고 젖병으로 먹이는데 도중에 잠들어버린다. ‘엄마가 내일은 더 잘 해볼게’ 하고 나무를 달래본다. 내 품에서 잠든 아가의 온기, 쌕쌕거리는 숨소리, 꼬물꼬물 움직임에 또 감성터지네. 저 작은 콧구멍에서 소리가 숨소리가 나다니, 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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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들렀다가 남편이 조리원으로 왔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상자를 들고 마치 드라마 ‘산후조리원’에 나오는 3시의 남자, 해피맨같은 존재처럼 등장한 사람. 가방엔 고구마도 있고, 내가 필요한 물건들도 있고, 그리고 당신도 있고, 우리 나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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