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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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수요일,
겨울에 출산하면 좋은 점은 따뜻하게 몸조리를 할 수 있다던데.. 더위에 약한, 땀이 많은 나는 이게 또 이렇게 힘들 줄 몰랐지. 몸은 덥다고 땀을 쏟아내는데 차가운 물도 안돼, 찬 바람도 안돼, 따뜻하게 꽁꽁 싸매고 있어야 하는 게 버..겁..다. 자면서도 땀 수십바가지는 흘린 듯.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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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리원에서 남편을 배웅한다.
원래도 고마운데, 새삼 또 고마워진다. 귀찮고 번거로울 만한데도 늘 노력하는 우리 남편 최고최고. 나중에 만나요. 7시 30분에 첫 끼를 먹고 좌욕, 첫 대변, 첫 샤워로 개운해진 상태로 유축기를 사용해본다. 출산과 동시에 내 일기에 등장한 ‘젖’이라는 단어. 엄마가 되면 당연해지는 단어. 나는 젖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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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온다고 내복이랑 양말을 벗고 있었는데 청소 이모님이 들어오셨다. 따뜻하게 입으라며, 그리고 찬바람은 쐬면 안된다고 창문도 살포시 닫아주시고 가시는 다정한 분. 잘 때 허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매트를 하나 더 깔아주시는 또 다른 다정한 이모님. 다들 정말 친절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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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유실에서 식겁했던지라 오늘은 좀 피하고 싶었다. 잠깐 사진만 찍고 올 생각이었는데 수유실로 들어오라고 소환된 나무 엄마. 마치 교무실로 불려간 학생처럼 쫄쫄쫄. 오늘은 나무가 젖을 잘 물려고 하지 않아서 어려웠는데, 어제보다는 조금 괜찮아진 것 같기도. 젖병을 물리려니 금방 잠들어버린 나무만 애써 토닥토닥. 꽤 오랫동안 안고 있으면서 나무를 바라본다. 저 작은 눈에 속눈썹이 자라고 있다니! 오늘도 ‘삑삑’ 숨소리가 나다니! 너무 귀엽잖아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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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는다.
자장밥과 미역국. 지쳐서 잔다고 만들기 수업도 가지 않았다. 딱히 뭘 한 것도 없는데 쉬지도 못한 하루. 오후에 한번 더 나무를 보고와서 저녁을 호다닥 먹었다. 마사지 체험을 하러 갔다가 ‘퉁퉁 부어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나는 부은 줄도 몰랐는데 아이참. 그건 그렇고 드디어 엎드렸다! 도대체 얼마 만에 누워보는 거냐. 우아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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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맨이 짐을 들고 찾아왔다.
빨래건조대, 바디워시, 손톱깎이 등등. 잠옷을 챙겨달라 했더니 아주아주 두꺼운 수면잠옷을 가져왔다. 나 엄청 더워하는 거 알면시롱.. 왜 그랴.. 그건 다시 가져가숑. 둘이서 나무를 만나러 갔다. 깨어 있으면 했는데 아가는 눈을 뜨고 반겨준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며칠 만에 보는 아빠의 입꼬리가 하늘까지 쭈욱 올라가있었다. 배에 있을 때도 좋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미처 몰랐지. 정말 몰랐지. 자기 전에 사진 더 봐야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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