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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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일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누운지 얼마 안 돼서 새벽에 찾아온 진통.
규칙적인 주기인 것 같은데, ‘폰을 만질 정도면 가진통’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진통만 계속 체크를 했다. 5분까지도 좁혀져서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많이 아프면 오라고 했다. 다시 생각나는 ‘죽을만큼 아플 정도’의 진통.. 거기까지는 아닌데.. 그렇게 밤을 샌 이숭이 이제 시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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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일어난 남편에게 낮에 병원에 다녀오자고 했다. 어떤 상태인지는 알아야 집 청소를 하거나 출산 준비를 해야했기에. 주말, 병원, 분만실에 가는 날이 오다니. 태동검사를 하고 내진으로 본 상태는 자궁문이 20% 열렸다고 했다. 헉. 입원을 당장 해도 되고 좀 더 진통이 심해지면 와도 되고 그건 우리의 선택. 아마 오늘 밤에 다시 올 수도 있을 거라고 하던데.. 저희 밥 든든히 먹고 나중에 짐 챙겨서 올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거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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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만찬을 즐겨야할 것 같은데. 마트에 가서 국거리랑 고기,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슝. 밥 대신에 케이크랑 우유를 먹지만 진통이 계속 방해를 한다. 아야 아야. 그 좋아하는 빵도 먹는둥 마는둥. 앉아있기도 서있기도 힘든 나는 눕는 것도 어렵다. 절뚝절뚝 한 발을 내딛을 정도로 통증이 최고를 찍을 때면 절로 곡소리가 났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면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고.. 결국 빨리 밥을 먹고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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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초인적인 힘을 발동했다.
소고기 듬뿍넣은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하고 갈비를 굽고 틈틈이 내 상태를 봐주랴, 물건을 챙기랴 바쁘고 바쁜 그남자와 아야아야 절규하는 그여자. 계속 아파서 먹기 힘든데, 먹어야만 힘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몇 숟가락을 겨우 떴다. 맛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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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상태로 병원에 왔더니 둘 다 체온이 높다. 하마터면 입원을 못 할뻔 했다. 내진으로 본 자궁문은 40% 열린 상태. 오메. 그때부터 관장, 태동검사, 무통주사 순으로 하나씩 해나갔다. 교대근무로 계속 간호사선생님들이 바뀌어서 내 몸을 보여주는게 부끄럽지만.. 나무를 만나러 여정에 당당해져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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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0% 그리고 어느새 분만준비.. 무통천국인데 저는 왜이리 똥꼬가 아픈가요 선생님.. 심호흡도 연습했지만 선생님 박자랑 안맞아서 실패. 분만을 위해 배에 힘을 주는데 그 마지막 한 번 힘이 부족해서 헉헉헉. 포기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힘을 솟게 하는 힘은 아기였고, 나는 엄마였다. 곁엔 남편이 있었다. 12월 6일에 태어난 나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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