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2월 5일 토요일, 밤과 새벽에 찾아오는 통증. 배 콕콕과 찌릿찌릿이 아침까지 이어졌다. 화장실에서 발견한 또다른 증상. 내진혈인지 이슬인지 모르겠지만 피가 비쳤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다양한 신호들이 나타났고 내 반응 또한 예민해지고 있다. 아,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인터넷에서 본 거구나. 마음 단단히 먹어라 이숭이야. .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갔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가는데, 혹시나 진통이 오면 바로 연락을 달라며 집을 나선다. 부디 남편이 있을 때 진통이 찾아오기를. 누워있어도 앉아있어도 불편한 막달의 세계. 그럼에도 나무는 쉬지 않고 꿈틀거린다. ‘나도 힘낼테니, 나무도 짧고 굵게 나와’ 하면서 본심을 드러낸다. 나무야 내 말 듣고 있니. 엄마 왕쫄보라서 그래.. . 샤워를 하고 나와 튼살크림을 바른다. 내 몸을 보는데 아찔. 튼살도 엄청나게 올랐고 검게 변해버린 겨드랑이도 아찔. 임신을 경험하며서 못생겨짐을 받아들여야 하다니. 남편에게 예쁜 것만 보이고 싶지만 현실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여주게 된다. 자존감이 훅훅 떨어지곤 했는데 아직 진행형이라니. 수많은 엄마들이 감내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나도 이제야 알게 된 임산부 세계, 일하는 임산부, 엄마가 되는 과정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야지. . 또 혹시나 모르니까 밥을 든든히 챙겨 먹기로 한다. 점심은 간단한 굴떡국. 만두 두개와 소고기 고명을 넣고 푸짐하게 끓였다. 호로록 뜨거운 숨을 불어 넣으며 배를 불린다. 계란과자랑 밀감을 먹으면서 보는 영화 ‘카모메식당’. 봤던 영화들을 보고 또 보는 재미는 다음 장면이 뭐가나올지 머리를 쓰지않아도 되는 것. 빵이랑 요리하는 장면이 좋더라. . 오후 3시쯤 남편이 돌아왔다. 운동을 해야한다는 말에 동네언니가 선뜻 짐볼을 챙겨줬다. 근처에서 톡톡히 도움받는 이웃이 있어, 다정한 부부가 있어 감사한 날. 운동을 하기도 전에 바람을 넣는데 힘을 다 쏟고 침대에 누워서 기절했다. 저녁으로 찜닭을 시켜먹고 짐볼운동 몇 분 잠깐 하고는 다시 골골골. 짐볼이 나를사냥했나.. . 밀감을 까먹고 작두콩차를 마시는 우리. 남편은 한국단편소설을 읽고, 육아 웹툰에 흠뻑 빠졌다. 내일은 조명을 좀 바꿔보고 집을 치워볼까나. 그나저나 임신기간동안 마법을 하지 않아서 참 편했는데, 하루종일 콕콕 찌르는 통증에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으으.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1204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