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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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금요일,
약 먹길 잘 했지.
속까지 쓰렸으면 파란만장했을 새벽이었다. 자다가 코에서 물이 주루룩 흐르길래 다급하게 휴지로 코를 막았다. 코피가 뚝뚝뚝. 이불이랑 베개커버에 다 묻힌 1차 영혼털림. 갑자기 느껴지는 배 콕콕콕과 치골통으로 2차 영혼털림. 약간의 갈색혈 비침으로 3차 영혼털림. 그 와중에 나무는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꿈틀꿈틀 다니고 있었다. 39주 나무와 증상은 또 새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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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남편에게 상황을 알렸다.
‘아니겠지만 이제 몸 상태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여느때처럼 간식을 챙겨주고 현관문 앞에서 배웅을 했다. 평소라면 다시 누웠을 텐데 혼자 긴장을 했나 보다. 갑자기 캐리어를 쫘악 펼쳐놓고 있는 물건 없는 물건 다 챙겨넣는다. 이불 빨래, 옷 빨래를 하는 동안에 혹시 모르니까 미역국에 밥도 말아먹는다. 앞머리도 자르고 손톱도 깎고 출산 후에 해야할 것들도 정리해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를 바쁘게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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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가는 날.
점심시간에 남편이 데리러 왔다. 캐리어까지 끌고 나온 나를 보며 굉장히 당황스러운 눈치랄까. 언제가 될 지 모를 그 날을 위해 미리 차에 실어 놓으려고 흐흐. 가자마자 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삽시간에 지나간 첫 내진, 나도 모르게 나온 ‘악’ 소리. 나무는 3.1~3.2kg란다. 지난 주에 비해 많이 컸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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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화면으로 보이는 나무는 오동통 살이 더 올랐다.
오늘도 얼굴 반쪽은 가렸지만 눌린 코는 여전하다. 조만간이겠다며 운동 많이 하라고 강조하시는 담당 선생님. 죽을 만큼 아플 때, 진통 5-7분 주기가 되면 병원에 오라고 했다. 네네 선생님, 근데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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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오고나서 평화를 되찾았다.
집앞 식당에 가서 세모볶음밥이랑 된장찌개를 시켜서 냠냠냠. 임신상태를 이제 아신 사장님은 축하인사와 함께 소고기 반찬을 만들어주신다. 신나게 다 먹고 이 기분을 돌체라떼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네임’과 함께 했다. 플러스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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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샤브샤브.
동봉되어 있는 육수를 끓이고 야채를 넣는다. 우리집에 처음 등장한 라이스페이퍼. 소고기랑 칼국수까지 먹고 배 둥둥 두드리는 금요일 밤. 본의아니게 세끼를 챙겨먹었던 하루. 나무의 39주 시작을 설렘과 긴장으로 보낸 오늘도 격하게 소중해.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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