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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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목요일,
11시에 누웠는데 11시 40분에 깼다.
자기 전에 불안불안하더니, 목이랑 속이 뜨거워서 야밤에 약을 쫍쫍쫍 빨아 먹는다. 조용히 몸을 일으켰는데 어느새 남편이 깼다. 약을 먹고 있는 내가 안쓰러운지 등을 쓰다듬어 준다. 꽤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다시 꿈나라로 렛츠고. 다가올 날이 걱정이 되는지 내진하는 꿈도 꾸고 온갖 꿈을 다 꾸고 있었다. 아랫배에 튼살이 진하게 자리를 잡았는데, 윗배까지 퍼지려는지 찢어질 것만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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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시험날 일기를 얼마 전에 적은 것 같은데 그새 1년이 지났다. 수능을 친지도 엄청 오래 됐음에도 새벽과 아침 공기는 사뭇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올해 유난히 힘들었을 고3친구들이 부디 흔들림없이잘 치고 오기를.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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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무기력한 날.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었다. 카레가 있어서 데우고 밥도 새로 안쳐서 비벼먹었다. 삶은 달걀과 시금치나물과 밑반찬들이 있어 든든히 배를 채웠고, 그 이후로도 늘어져서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빠진 게 없는지, 출산 후에 해야할 일들과 모습들을 상상해본다. 상상 산책, 그리고 낮잠자기. 잌, 남편 올 시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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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부엌으로 들어갔다.
잡곡밥, 미역국, 참치야채전. 밑반찬들 덕분에 짧은 시간에 한 가득 차려졌다. 요즘은 저녁먹는데 의욕이 없는 편인 이숭이 먹다가 쉬고 먹다가 쉰다. 반쯤은 드러눕는 먹방이랄까. 오늘도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고 말끔하게 치워줬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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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 한꺼번에 똑 떨어질까.
간식으로 먹던 도넛, 사과, 밀감, 야채, 폼클렌징과 바디워시 등등. 남편이 고구마를 좋아하니까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결제를 끝냈다. 남편 폰으로 알림이 뜨더니 자기 용돈으로 결제가 됐다나. 몹시 당황한 표정의 우리. 실수여 실수였다고.. 밀감도 주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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