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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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화요일,
2시와 5시에 맘마를 먹이고 잠들었다.
침대 가운데에 누워있는 나. 오른쪽을 돌면 남편이 있고 왼쪽을 돌면 나무가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생긴지 벌써 58일 째. 아기를 품고 있을 적에도 크고 작은 기복없이 무난하게 잘 보낸 덕분인지, 아기를 낳은 후에도 꽤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몸이 고되고 힘든 건 있지만, 나의 내면을 갉아먹는 요인이 없기에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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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고 있고, 남편과 나도 배려, 존중으로 탄탄하게 잘 지낸다. 아기에게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라고만 생각해왔다면 마냥 애정을 쏟지 못 했을 거다. 남편에게도 ‘왜 이것 밖에 안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나 남들과 비교를 했다면 우리는 많이 싸웠을 거다. 다행히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한 일들을 찾으니 감사하고 감사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결론은 오늘도 참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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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아도 남편 출근준비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체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기랑 자다가 깨어보면 남편은 이미 회사에 가 있었다. 그만큼 정신없이 잔다는 거겠지. 우리가 주고 받는 아침 문자도 ‘고마워요’라는 인사가 꼭 들어간다. 나는 나무랑 잘 보내고 있을 테니 나중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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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없이 맑고 깨끗한 날.
어제 못 한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나무가 자고 있는 사이에 청소기를 살짝 밀었는데 나를 부른다. 쿠우우웅. 세워뒀던 청소기가 넘어지면서 먼지통이 깨졌다. 아이참, 돈나가겠네.. 이번에는 방을 좀 닦을랬더니 또 부른다. 이번에 똥파티였다. 꽤 깔끔하게 뒤처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줌 발사로 침대 매트를 갈아야만 했다. 민첩하지 못 했던 나를 반성해야지. 그새 우리집 거실 온도가 14도까지 내려왔다. 겨울왕국 저리가라 할 정도. 이제 맘마를 먹이고 재워야지! 자는 사이에 국을 데우고 점심을 차린다. 12시에 미역국에 밥을 말았는데.. 나무가 또 부르네. 1시에 먹는 점심. 그것도 나무를 안고 서서 먹었네. 식은 밥이 문제가 아니라 담이 걸린 내 목이었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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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나무는 나를 찾는다.
놀아달라고 찡찡, 배고프다고 찡찡, 기저귀 갈아달라고 찡찡, 졸리다고. 찡찡. 결국 오늘도 소파에 앉아서 나무를 안고 재웠다. 나무도 자고 나도 자고. 남편은 퇴근하고. 오랜만에 대패삼겹살을 구워먹었다. 마늘이랑 팽이버섯을 넣고 바삭하게 구운 고기랑 봄동겉절이는 아주 잘 어울렸다. 양이 모자라다며 아쉬운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리는 바로 나무 목욕을 시켰다. 대야에 발가락이 뿅 튀어나올 정도로 자란 나무는 다행히 목욕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뽀송뽀송 참 귀엽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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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되어서도 부엌에서 나오지 못 하는 그와 아기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 엄청나게 쌓인 그릇들을 씻고, 빨래를 개고 이제는 밑반찬을 만들었다. 연근을 썰면서 구멍 뿅뿅이 귀엽다고 웃는 남편이 더 귀엽다. 연근조림이 다 되어가는 동안 나무는 자고 싶은데 잠들지 못 하고, 또 부른다. 냄새가 수상해서 기저귀에 코를 갖다대니 그렇다. 이번에도 똥파티였다. 1일 2똥 나무는 개운하다고 배시시 웃는데, 과연 잠을 바로 잘 것인가.. 곧 배고프다고 울겠지, 또 부르겠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겠네. 아이고야. 우리는 아직도 육아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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