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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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월요일, 나무의 다음 맘마시간을 기다린다. 침대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는 쿨쿨쿨 잠들었다. 아무래도 당장은 안 깰 것 같아서 우리도 누웠다. 그때까지 자야지. 아기가 우리 집에 온 뒤로 밤엔 수유등을 켜두고 있다. 시시때때로 일어날 걸 생각해 작은 불빛으로 생활하는 중. 한 시간 정도 뒤에는 깰 줄 알았던 나무는 5시간이나 넘게 자고 일어났다. 깨자마자 뿌애앵. 오와, 이렇게 길게도 잘 수 있구나? 오후 늦게 마신 커피 때문에 새벽 3시부터 못 자는 나는 거실로 향했다. 더웠던 공기를 뒤로하고 밖은 선선했다. 누워서 신생아시절 사진을 꺼내보다가 나무를 데리고 와서 또 맘마를 먹인다. 그러고는 점점 아침이 밝아왔다.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하고 있으니 남편도 일어났다. 굿모닝. . 다시 한 주가 시작됐다. 나무와 함께 보내는 평일육아 파이팅해야지! 밤새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바깥은 우리 몸을 축 처지게 했다. 2시간 반마다 맘마 먹이는 시간을 빼고는 둘다 딥슬립. 얼마나 열심히 잤는지 오전이 다 지나가버렸다. 우리 볼은 또 어찌나 빨간지. 볼빨간 나무엄마랑 나무. 아주 쌩쌩하게 모빌과 장난감을 가지고 한참을 놀았다. 가끔은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대답을 했고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샛노란 바디수트를 꺼내 입혀봤더니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배가 빵빵하니 옷이 꽉 끼네. 잘 놀다가 칭얼거리던 이유를 찾아보니 그건 바로 똥이었다. 잘했어 우리아기. . 아기만 잘 챙겨먹이고 나는 대충 먹었다. 오늘도 죽으로 배를 채우고, 나무가 자는 시간에는 청소를 했다. 금방 녹초가 된 채로 아기를 재우면서 나도 쿨쿨쿨. 남편이 장을 보고 씻고 온 사이에 더 깊이 잠들어버렸다. 목이 꺾일 정도로 헤드뱅잉. 소고기국과 두부부침, 밑반찬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자고 있는 나무를 데려가 목욕을 하고, 닦고 로션을 바르는 사이에 나를 향해 오줌을 쐈다. 그 순간 어떤 것도 하지 못한 채 맞고만 있던 내 모습이 웃겨서 둘이 깔깔깔 웃었다. 뭐가 그리 할 게 많은지 남편은 계속 집안일을 하고 있다. 설거지, 빨래, 빨래널기, 빨래개기, 열탕소독과 물 끓이기, 쓰레기 봉투 비우기 등등. 어우. 덕분에 나는 일기를 쓰고 베짱이처럼 놀고 있다네. . 문득문득 떠오르는 지난 날의 기억. 우리가 좋아하던 장소, 좋아했던 사람들이 스쳐지나간다. 이제는 추억이 된 것들. 이숭이가 엄마가 되고, 효숭이가 아빠 엄마가 되고, 나무 소식을 알면 정말 좋아해줬을 것 같은데.. 참 예뻐해줬을 텐데. 그립네.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가사가 계속 맴도네. 오늘의 노래는 박효신-야생화. 그리고 유재하-지난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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