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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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일요일,
커피때문인지 자주 깼다.
새벽 4시에 맘마를 먹이고 나무를 다시 재운다. 폰 밝기를 최대한 낮추고 침대 모퉁이에 앉아서 폰을 만진다. 인터넷도 하고 sns도 하고 나무 사진들도 꺼냈다. 기승전아기. 내 자리로 가려고 보니 두 남자들의 자는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 남편은 왼팔을 머리 위로, 나무는 오른팔을 머리 위로. 둘이 무슨 신호를 주고 받나. 그 모습이 좋고 웃겨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잘 자요 내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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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쌩쌩했던 컨디션 덕분에 자리를 박차고 거실로 나왔다. 반면에 남편은 한 시간만 더 자겠다며 이불을 끌어안는다. 내가, 남편이 늦잠을 잘 수 있었던 건 배려해주는 상대가 있어서겠지. 믿는 구석이 있으니 가능했던 일. 나는 주로 아기를 돌보면서 틈틈이 자고 있는데, 남편은 일도 하랴 아기와 나까지 챙기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아기를 볼 테니 푹 자쇼. 간밤에 쓰고 쌓인 젖병들을 뜨거운 물로 소독을 했다. 어제 유난히 많이 자던 나무는 아침부터 활력이 넘친다. 옹알이도 하고 혼자서 한참을 놀다가 나를 부른다. ‘엄마 안아주세요’. 엉터리 가사의 동요메들리가 넘치는 아기가 있는 우리집이 이제 꽤 많이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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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먹는 치킨마요덮밥.
남은 치킨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오늘의 쉐프는 에그스크램블 대신에 지단을 만들었고, 마요네즈와 김가루까지 야무지게 뿌렸다. 나무가 자는 틈을 타 우리 배를 채웠다. 이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요즘 우리의 주제는 인덕션, 아기도장, 그리고 주로 나무였다. 오후엔 아기도 나도 바닥에 드러누워서 찡찡찡. 이제는 커피도 만들어 달라며 알랑방구를 뀌는 이숭이였다. 그렇게 해서 만든 아인슈페너 한 잔. 달달한 크림도 가득 올리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나무가 불렀다. ‘엄마 맘마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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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찍었지만 아기 사진은 종종 집에서 찍고 있다. 화려하지 않게, 찍고 싶을 때 그냥 간단히. 어제 오늘 카메라로 아기에게 다가간다. 잔뜩 찡그린 얼굴, 하품하는 모습, 생글생글 웃는 모습, 멍한 표정, 손발가락, 포동포동 엉덩이, 초롱초롱 눈망울과 아기자기한 눈코입 등 앨범에도 저장하고 마음에도 저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나무가 신기한데, 조금만 천천히 커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자꾸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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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큰 숙제인 아기 목욕을 끝냈다.
목욕이 끝나는 순간 맘마를 찾는데, 이때 수유시간이 아니라고 해서 맘마를 안 줬다가는 난리난다. 내가 목욕도 했는데 왜 보상을 안 해주냐는 듯 꺼이꺼이 울고 불고. 배가 부른지 품에서 쿨쿨 자는 나무를 놔두고 우리는 저녁밥을 잘 먹었다. 피자랑 치킨을 데워서 냠냠냠. 소고기국이랑 밥을 먹자던 우리는 어디로 갔는가. 이 거짓부렁이들. 흐흐흐.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아기 기저귀를 갈고 아기를 달랜다. 아기로 시작해서 아기로 끝나는 오늘 하루, 일주일의 끝 일요일, 그리고 1월의 마지막 날. 1월 1일에 바라던 대로 잔잔한 행복이 스며든 한 달이었다. 2월엔 또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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