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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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토요일,
12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1시 쯤 우리 셋이 나란히 누웠다. 동요 몇 곡을 불러주니 금세 잠든 나무. 오늘밤은 꽤 순탄하게 잘 재웠다고 생각했다. 1시간 쯤 지났나. 1시간이 안 지났나.. 낑낑 끙끙 뭔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배고픈지 입이 계속 오물오물. 점점 소리는 커지고 결국 울음까지 이어지길래 어쩔 수 없이 원래 시간보다 일찍 젖병을 물려준다. 달랠 방법은 맘마 밖에 없었다. 양도 평소만큼 120ml. 걱정과 달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0ml만 먹고 잠이 들었다. 더 먹여보려해도 깊은 잠을 자느라 입을 꾹 다문다. 하루에 1000ml을 넘기지 말라는 말만 신경쓴다고 정작 우리 아기의 배고픔을 챙기지 못 한 엄마가 미안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자다가 낑낑거렸을까.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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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4시간을 잤다.
남편도 쿨쿨 나도 쿨쿨. 6시 수유까지 하고 그 다음은 남편에게 맡긴다. 잠깐만 잔다는 게 짝사랑 꿈을 꾼다고 11시까지 자고 말았다. 이왕 꿈에서는 사랑이 이뤄지면 안 되는걸까. 헛헛해도 진짜 사랑이 내 앞에 있으니 현실이 참 다행이었다. 남편은 오늘도 커피를 마시고 아기랑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잘 자고 잘 먹은 덕분에 수월한 오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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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보러 나간다는 사람이 1시에 점심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굴튀김을. 내가 예전에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을 만들어준단다. 한 대여섯개만 먹으면 되는데 왕손이 그사람은 굴잔치를 벌였다. 밀가루에 빵가루 그득 묻혀 지글지글 튀긴 주방은 이미 초토화. 미역국, 밥이랑 애증의 타르타르소스까지 푹푹 찍어 먹는다. 둘 다 맛있어서 순식간에 먹었고, 이제 뒷정리만 남았다. 먹는데 10분, 만들고 치우는데 30분. 나는 빨래 널기와 개기를 제쳐두고 나무를 돌보고, 남편은 주방을 세 번을 나누어 치웠다. 이제 외출만 하면 되는데 커피가 먹고 싶다는 말에 다시 부엌에 들어간 그사람. 생크림을 치고 커피를 내려서 만들어 준 아인슈페너는 꼭 가게에서 파는 맛이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게 신기하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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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랑 단둘이 있는 시간.
놀고 싶은지 똘망똘망 두리번거리고 있길래 사진도 찍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안겨서 자는 나무는 2시간이나 넘게 잔다. 두 손이 자유를 얻은 기쁨에 언니랑 통화를 하고 엄마랑 통화를 하고 놀았다. 중간중간 커피를 호로록 호로록 들이켠다. 크림은 다시 가득 채워서 후루룩 후루룩. 그 많던 크림은 누가 다 먹었을까. 마지막까지 입 안에 털어넣는데 내 옷은 물론이고 나무 옷과 수건까지 다 흘리고 말았다. 아이참. 빨래를 만드네 만들어. 난리났네 난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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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아왔다.
보행기를 받고 간식을 사 왔다. 우리가 요즘 빠진 핫도그. 그리고 꼬깔콘이랑 과자들로 간식장이 가득해졌다. 옥수수깡을 보고 허덕이는 나를 보고는 간식장 제일 윗칸에 넣는 그사람. 이숭이의 손이 닿지 않는곳에 보관하시나요? 우리는 핫도그를 먹고 나무는 맘마를 먹고 두 남자들은 곧 꿈나라로 떠났다. 쿨쿨쿨. 오늘 나무랑 옹알이를 주고 받았던 모습을 남기고 싶었는데, 아이참. 언제 이렇게 컸니 우리 귀염둥이야. 괜히 코끝 찡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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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남편이 요즘 토익에 관심을 가졌다.
넷플릭스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떠서 보고 싶은데 못 보고 있다고 했다. 일본어 말고도 영어도 공부하고 싶은가 보다. 아기가 잘 틈에 보라고, 영어공부 하라고 했더니.. 영화네?? 영어공부 영상 아니야? 나 이렇게 세상이랑 멀어져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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