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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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금요일,
우리 옆에서 낑낑낑.
1시 넘어서 맘마를 먹이고 트림까지 시켰는데,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다시 들어올려서 토닥인다. 왈칵하고 게워내는 나무. 남편이랑 둘이서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히고 한참을 등을 두드려주다가 다시 눕힌다. 오늘은 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맘마를 찾았다. 4시 반, 7시 반, 10시 반. 한 번은 오줌이 새서 옷을 갈아입히고, 한 번은 게워내서 갈아입히고 또 갈아입히고. 우리 둘이서 패션쇼쇼쇼. 침도 많이 흘리니까 턱받이도 해야겠다. 손싸개 양말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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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무가 자는 사이에 깨죽을 데워 먹었다. 이런 여유 좋은데? 두유도 마시고 다시 옆에서 자려고 했지만 금방 돌아온 수유시간. 또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고 계속 반복된다. 하루 사이에 우리 아기는 꾀돌이가 되었다. 주먹을 입에 넣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을 펴서 넣기 시작했다. 그 작은 입에 손가락 세 개까지 들어가는걸 봤다. 쫍쫍쫍. 손가락을 빨고 옹알이도 많이 하던데 잘 자고 일어났는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혼자서 모빌도 보다가 같이 놀고 조금씩 노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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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했다고 오후 한 시가 됐지..
거실 청소 좀 하려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준비하는데 나무가 부른다. 갑니다 갑니다. 옆에 딱 붙어서 토닥이다가 둘 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을 잤다. 2시간이 지났나. 나는 일어나고 나무는 3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그 사이 아까 끝났던 빨래를 널고, 먼지를 털고 쓸었다.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하려던 찰나 나무가 또 불러서 스톱. 이번에는 아기띠를 메고 물걸레를 잡는다. 불편한 승차감을 동반한 채 바닥을 닦는데, 그 와중에 나무는 쿨쿨 잠이 들었다. 그럼 또 내려놔야지. 아기를 침대에 내려놓고 다시 청소 시작. 어쩌다보니 점심을 못 먹었네.. 아침에 꺼내 놓은 수저만 덩그러니. 밥도 국도 반찬도 있는데 왜 먹지를 못 하니.. 다시 맘마를 먹이고 재우는 사이에 남편이 퇴근했다. 평일 홀로 육아 끝. 나의 첫 일주일이 드디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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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짜 치킨마요덮밥을 해 먹으려는데 양파가 없다. 또 사야하나. 뭐 하루에 하나씩 떨어지네. 어째서 매일 살 게 생기냐.. 양파랑 화장지를 주문해놓고 남편은 저녁을 준비했다. 메뉴는 바꿔서 미역국이랑 비빔밥. 엄마표 미역국에는 낙지랑 전복이 들어간다. 간이 약해서 밍밍하지만 건강에는 좋을 거라며 국물까지 싹 비웠다. 남편이 차려준 노릇노릇 구운 후라이를 올린 비빔밥을 신나게도 먹는다. 배가 고팠는지 한 숟가락이 되게 크네. 앉아서 나무랑 졸다가 목욕을 시키러 간다. 대야에 발이 삐져나올 만큼 훅 커버린 우리 아기. 울지 않고 물놀이를 즐겨줘서 고마워. 무엇보다 남편이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맙다. 혼자서는 못 할 육아를 우리 둘이서 으쌰으쌰 잘 해나가고 있음에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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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있을 때 그 온기가 참 좋다.
요즘은 팔을 내 팔이나 어깨 위에 올리는 그 모습도 귀엽고,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을 때도 좋다. 거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때도 좋고, 그냥 바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도 좋다. 울고 불고 버럭할 때는 힘들어도 작은 손짓 발짓 표정에 녹아내리는 나무 바보 이숭이. 내 배에서 나온 아기라니. 50여일이 지난 지금도 신기하고 놀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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