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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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목요일,
어젯밤 맘마를 먹이고 재우려는데 꺼이꺼이 울던 나무도 지치고 남편도 지치고.. 배가 아픈지, 더워서 그런지, 그냥 잠투정인지, 배앓이인지 모르고 달래보다가, 내가 안고 방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조용해진다. 섭섭해진 나무 아빠. ‘아빠가 싫냐..’ 짧은 말로 그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적어도 두 시간은 안고 돌아다니면서 달래줬는데. 발 동동거리며 달래도 안 되다가 다른 사람 품에 갔을 때 안정을 되찾을 때 뭔가 모를 씁쓸함을 느껴봤기에 남편이 공감됐다. 아기는 왜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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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6시 반에 나무가 일어났다.
너도 나도 잠결에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시간들. 나무는 맘마를 먹고 나는 먹이고 트림시키고, 남편은 열탕소독을 하고 출근을 하고. 혹시라도 밥을 늦게 먹을 것 같아 떡이랑 두유 하나를 먹고 다시 나무 옆에 누웠다. 새근새근보다 더 큰 소리로 자는 아기는 깊은 잠에 빠졌다. 자세는 아저씨같고, 오늘따라 길어보이네. 조심조심 침대에 올라가, 나무 품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고는 꿈나라로 떠났다. 2-3시간마다 맘마달라고 신호를 보내면 곧장 젖병을 들고 나타나는 나는야 나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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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집안일을 하고 1시에 점심을 차린다.
‘나무가 자고 있을 때 얼른 먹어야지’하고 한 숟갈을 뜨는 순간 나무가 불렀다. 신기하게 ‘먹는 타이밍’을 알더라.. 결국 오늘도 미역국에 말아놓은 밥은 식어가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후루룩 먹을 수 있었다. 더 늦지 않게 먹은 것에 감사해하고, 밥 먹은 힘을 육아에 쏟았다. 제일 자주 앉는 소파에서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기를 한다. 이리저리 안고 다니면서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여줬다. 하루에 몇 번씩은 거울 앞에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창문을 지날 때면 햇님과 빛을 소개해줬다. 모빌에 달린 새, 책장에 꽂힌 책들과 소품들, 부엌 물건들까지. 이것도 다 하고나면 베란다로 가서 빠방빠방 자동차들을 불렀다. ‘버스 아저씨 나무 좀 태워주세요’ ‘택시 아저씨 나무 좀 태워주세요’하고. 오늘도 반짝이는 눈빛이 엄마와 아기라는 존재를, 엄마의 하루를 더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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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이가 늘었다.
‘아으’하고 소리를 내면 나도 따라했다. 우연인지 또 되돌아오는 나무의 옹알이. 신기하고 좋아서 나무가 내는 소리를 따라해본다. 언제 이렇게 컸니 우리아가. 그리고 요즘 일과에 빠지지 않는 손빨기시간. 혼자서 낑낑 끙끙 입으로 손을 가져가본다. 어제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쫍쫍쫍. 오래 빨고 싶은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버럭하곤 했다. 오랫동안 놀다가 지쳤을 무렵에 쪽쪽이를 주면 잘도 빨았다. 그러다 잠든 나무를 데리고 다시 침대로 향했다. 낮에도 꽤 많이 자는 나무와 그 옆에서 같이 자는 나. 아기는 3시간을 넘게 잤고 나도 잠든 사이에 남편은 집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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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에 밥을 안쳐놓고 치킨마요덮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준비하다가, 갑자기 바깥음식으로 눈을 돌린다. 둘 중에한 명이 제안을 하면 거절을 하지 않는 덕분에 통닭을 시켰다. 간장, 양념, 후라이드 세 가지 맛을 시키고 이제 좀 먹어보려고 하나 입에 넣었는데.. 나무가 깼다. 먹을 때 우는 센서가 있나? 오늘도 안으면서 먹는다. 이 정도면 양호한데 이번엔 냄새로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 똥파티였다. 먹다 말고 치워주고 씻겨주고 안아주고. 입맛이 떨어질 법도 한데 내 아이라서 괜찮은가 보다. 흐름이 끊기던 식사도 다시 이어나가고 맛있게 잘도 먹는 걸 보면. 아, 그 다음은 목욕이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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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문한 기저귀랑 분유가 도착했다.
묶음으로 샀더니 돈이 제법 많이 나간다. 기저귀 450개여도 40일정도 쓰면 많이 쓰려나.. 금방 다 쓰겠지. 아기가 커가는 만큼 분유도 쭉쭉 없어지고 있는데 그나마 매달 들어오는 양육수당 20만원, 아동수당 10만원이 있어서 다행이랄까. 아무튼 기저귀랑 분유를 좀 사놓은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기분이 든다. 왜 엄마들이 핫딜에 눈을 번쩍뜨고 쟁여놓는지 이해가 됐다. 나도 모르게 계산기를 꺼내놓고 가격을 비교해보고 있는 게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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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몸무게를 재어본다.
점점 야위어가네.. 1킬로그램이 빠졌고, 나는 그냥 그 몸무게 유지 중... 작은 바지가 들어가는지 입어보더니 후크가 좀 벌어질 뿐 핏이 맞았다. 괜히 나도 궁금해서 입어봤다가.. 후크는 애시당초에 잠그지 못했고.. 이하 생략.. 안타까운 이숭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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