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월 27일 수요일,
금방 돌아온 수유시간.
누운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이제 막 잠들었는데 아이참. 1시 반, 5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나무를 재운다. 트림을 한 번 하기까지 엄청나게 용을 쓰더니 내 몸에 들이박고 얼굴에 박치기를 한다. 꺼어억 소리를 들으면 그제서야 나도 안심을 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2-3시간씩, 길게는 4시간을 자는 아기 덕분에 꽤 사람다운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고마워.
.
오늘도 남편은 열탕소독을 해놓고 출근을 했다.
다시 시작된 나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내 옆에 재우는데 조금만 닿아도 움찔 놀래고, 끼이익 소리를 낸다. 어떨 땐 큰 소리에 잘 자더니 어떨 땐 엄청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구나. 아기는 정말 신기하고 귀엽단 말이야. 기지개를 펼 때마다 두 다리를 들어올리면 자연스레 나는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준다. 이숭이표 애정표현이랄까. 맘마를 먹이고 눕혀서 기저귀를 갈아주려던 찰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뭔가 온다 온다. 그렇다. 똥파티였다. 하마터면 이불 위에 똥을 덩그러니 만날 뻔했다. 그 다음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여는 순간 오줌을 누길래 재빠르게 막아냈다. 휴우. 우리 나무 잘했다고 또 궁둥이 팡팡팡.
.
오늘은 기필코 일찍 밥을 먹어보겠다고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냈다. 호기롭게 국에 밥을 말았는데 나무가 나를 부른다. 아이참. 그렇게 국은 또 식어가고.. 1시가 다 되어서야 밥을 먹었다. 식은 밥이 어디야.. 그래도 지금껏 제일 일찍 먹은 점심이었으니 만족스럽다 난. 청소 좀 해볼라고 하면 나무가 부른다. 옆에서 같이 누웠있다가 살짝 빠져나가면 또 찡찡찡. 포기를 모르는 엄마는 나무가 깊이 잠든 틈을 타 슬금슬금 거실로 갔다. 세탁기 돌리고 먼지털기, 빨래널고 개기, 열탕소독, 설거지, 쓰레기통 비우기, 쓸고 닦기를 끝내고나니 4시 반이었다. 내게 주어진 집안일을 끝내고 이 시간이면 아주 좋은데? 그때부터 나무랑 쿨쿨쿨 자다가 눈을 뜬 건 7시 반이었다. 남편은 언제 왔을까.
.
나무도 4시간이나 잤다.
낮에 안 잤다고 이렇게 많이 잘 줄 몰랐는데, 어쨌든 잘 자고 일어난 얼굴이었다. 여유가 넘치는 얼굴. 방긋방긋 웃고 혼자서도 잘 놀아준 덕분에 모처럼 우리는 저녁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LA갈비를 뜯고 맛보고 즐기고. 남편이 아기 돌보기에 이어 부엌살림까지 하고 있는 요즘. 설거지를 끝내고 이제는 나무 목욕을 시킬 때가 왔다. 아빠 허벅지에 오줌 발사하고 좋다고 웃는 나무. 먼지사냥꾼을 씻긴 다음에 내가 씻고 나왔다. 출산 후에도 허리는 가끔씩 아프다. 머리 감을 때도 약간 찌릿찌릿한데 옛날보다는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 아기 낳으면 괜찮다고 하던데 새롭게 아픈 곳들이 생긴다 아이참. 그래도 ‘개운해 개운해’를 외칠 정도로 상쾌한 느낌이 나를 감싸돈다. 기분이 좋다.
.
잠투정인지 뭔지 모를 서글픔으로 우는 나무.
남편이 이리 달래보고 저리 달래봐도 그칠 생각이 없다. 결국 배고픔인가. 맘마를 먹으니 울음을 멈추는 것 같았는데 먹다가 우는 건 왜일까. 아유. 이제는 말똥말똥한 눈망울. 아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무 자꾸 말똥말똥하면 낮에 안재운다아’. 무서워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