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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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목요일, 12시에 먹이고 새벽 5시에 맘마를 먹인다. 요 며칠은 새벽에 꽤 길게 자는 것 같다. 수유텀이 보통 3시간 반에서 5시간 사이. 덕분에 우리도 그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었다. 톰톰해진 기저귀를 갈고 다시 잘 자는 나무가 고맙고, 아기 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달래는 남편이 고맙고, 하루하루 육아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는 내가 고맙다. 어제 남편이 늦잠을 잔 게 충격이었는지 오늘은 알람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났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냄비 물을 올려놓고, 나가기 전에 열탕소독을 해 놓고 갔다. 남겨진 아기와 나는 쿨쿨쿨. 눈을 떠보니 8시가 넘었다. 바로 폰을 들고 어머님께 전화를 드린다. 생신 축하드려요! 비대면으로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 매년 느끼는 거지만 절기가 참 신기하다. 임신과 출산으로 바깥을 나가지 않아서 몰랐던 그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어제는 입춘이었다. 다른 지역엔 눈이 내렸다지만, 유독 봄날같았다. 바람은 차가워도 봄 햇살같은 따뜻함도 함께 있다. 거실로 나오자마자 문을 활짝 열어둔다. 나는 환기시키는 게 참 좋더라. 청량한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와 원래 있던 공기가 섞일 때 왠지 모를 즐거움이 있다. 빨래하기도 좋은 날씨. 청소를 해보자. . 점심을 차려서 이제 막 먹으려는데 나무가 나를 불렀다. 역시 먹는 타이밍을 안단 말이야. 이제는 익숙해지려 하네. 나무를 안고 돌아다니며 놀아주다가, 혼자 놀 수 있을 때 죽이랑 반찬을 먹었다. 커피 대신에 달달한 몽쉘 두 개를 먹고 다시 나무에게로 갔다. 실컷 놀았는지 이번에는 졸리다고 찡찡. 침대에 같이 누웠는데 나무도 나도 금방 잠들었다. 아기가 원하는 걸 바로바로 해주면 좋은데, 초보엄마는 아기가 울어야만 뭔가를 하게 된다. 하긴 울지 않으면 나는 더 모르겠지. 배고프다고, 졸리다고, 놀아달라고, 안아달라고 알려줘서 고마워. . 하루에 몇 번씩 소파에 앉는다. 이제 막 벗어났다가도 소파에 붙잡히곤 한다. 나무를 안아서 재우고 있을 때 남편이 돌아왔다. 후다닥 씻고 와서 저녁준비를 하려고 서둘렀다. 메뉴는 두부참치전과 소고기국. 참치, 양파, 당근, 두부를 넣고 부친 전은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하루 있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수다를 떠는데 자고 있던 나무가 끽끽끽 바둥바둥거리고 있었다. 곧 깨려나 보다. 우리 둘 다 대화를 멈추고 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먹고 아기 돌봐야지. 밤 10시 전에 목욕을 끝냈다.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재우기 시-작. 뭘 하지 않아도 저녁시간이 이렇게 잘 흘러가는데.. 아기가 없을 때 빈둥거리던, 드라마랑 영화 보면서 놀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 아, 옛날이여. .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건강만 바라는데 그 건강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피로가 쌓이고 있는지 내 몸도 하나씩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잇몸이 붓고 아파서 양치질하기가 힘들고, 목 담이 걸려서 움직이기 힘들고, 밤마다 피부 가려움은 계속 나타나고, 손목이랑 허리도 지끈. 그래도 이건 참을 수 있는 건데 더 심한 고통은 어찌 견딜까. 오늘만큼은 간절하게 건강만 빈다. 나도. 당신도. 우리도. 모두에게 건강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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