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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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금요일,
밤 10시에 먹이고, 새벽 2시에 먹인다.
하루에 분유 총량을 1000ml을 안 넘기려고 노력 중이다. 110ml을 먹여도 9번이면 990ml, 120ml을 8번 먹여도 960. 조삼모사 맘마 같은데.. 아무튼 4시간 만에 먹는 나무는 열심히, 맛있게도 먹었다. 젖병을 씻고 왔는데 너무 똘망똘망한 나무는 손싸개를 한 손을 입에 슥슥 갖다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뭐라뭐라 말을 하던데, 왠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쪽쪽이를 달라는 듯한 손짓과 옹알이. 둘이서 3-4번을 질문? 대답을 나누고 쪽쪽이를 입에 넣어줬더니, 물고 바로 잠이 들었다. 너무 신기해서 잘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울 뻔했다. 알아들은 게 맞다면 나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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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남편은 이미 출근을 했고, 우리 둘은 9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나무가 맘마달라고 소리를 내면, 조금이라도 지체를 하면 난리가 난다. 전에 한 번은, 마음 급하게 분유를 타 왔는데 바닥에 떨어뜨리고 쏟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아씨’하고 화를 냈다. 내가 맘마를 가지러 가는걸 눈치채고 기다리면 좋겠다. 우리 나무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2개월 아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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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는지 표정이 좋아보인다.
기분도 좋아보여서 아기체육관 장난감을 꺼냈더니 손발을 파닥파닥 거리며 잘도 노는 나무. 모빌 보랴 장난감 보랴 눈이 바쁘고, 발은 발대로 피아노 건반을 뻥뻥 차고, 몸 앞에 있는 장난감에 손을 뻗어서 쉴 새없이 놀이시간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을 놀았나. 지쳤는지 이제는 안아달라고 찡찡. 얼마 후에 다시 눕혀놓고 노는 사이에 얼른 점심을 챙겨 먹었다. 12시 반 전에 밥을 먹다니 감동이야. 오늘 뭔가 잘 풀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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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노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
덕분에 안고 돌아다니는 시간도 줄었고, 그 사이에 청소나 밥을 먹는 등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요즘 다시 맥심에 빠졌다. 직장 다닐 때에도 즐겨 먹었던 이유는 정신을 차리려고, 또는 일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육아도 일처럼 가볍지않게 생각하니까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나 보다. 한 모금 마시고 우는 소리에 안았는데 아기에게서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 똥파티였다. 거대한 녹색똥을 치워주고는 커피를 마시려니 나무가 운다. 이번엔 배가 고프단다. 먹은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난감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맘마를 줄 수밖에. 나무는 배가 부를 만큼 먹고 잠이 들었다. 천하의 나무가 맘마를 남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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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잘 먹고 잘 잔 덕분에 집안일도 끝냈다.
청소기 돌리기,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젖병 씻기와 열탕소독, 물걸레 닦기 등등. 틈틈이 나무랑 놀아주고 맘마를 먹이고 재운다. 우리 둘 다 잠들었을 때 남편이 퇴근했다. 바로 아기 목욕을 시키고, 같이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메뉴는 떡볶이와 순대, 김말이튀김. 지난 번에 남편은 분식이 먹고 싶었는지 장보러 가서 재료를 사 왔다. 카레가루를 넣은 떡볶이를 만들고, 매콤한 김말이 튀김은 에어프라이어에, 순대는 찜기에 넣어서 샥샥. 역시나 우리가 먹을 때 나무는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지. 아빠 품에서 안긴 채 쿨쿨쿨. 이후에도 먹고 자느라 우리는 꽤 여유로운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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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나무 사진과 동영상을 꺼낸다.
가만히 있다가도 아기 볼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더 세게 끌어안는다. 그저 너무 소중해서,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이숭이. ‘천천히 자랐으면’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벌써 2개월이 넘었네 우리 아기. 오늘도 사랑해 우리 나무. 내사랑 지호. 그리고 내사랑 남편. 헤헤.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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