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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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수요일,
분명히 오늘 기온이 높다고 했는데..
일기예보를 보고 남편에게 미리 알려준 날씨 정보가 틀려버렸다. 곧이 곧대로 내 말을 믿고 남편은 얇게 입고 나갔다가 호돌돌돌. 아침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질 줄 몰랐네.. 아유 미안합니다. 내일은 다시 껴입고 나가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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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서 자고, 옆으로 자고.
나무가 잠자기 편안한 자세가 있나 보다. 아침 일찍 내 방에 온 아기는 9시쯤에 갑자기 깼다. 이불 위에서 뒤집기를 하고 기어가려고 꿈틀꿈틀. 방금 좀 긴 것 같은데? 오전에는 놀고 먹는데 시간을 쏟았다. 요즘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잠을 좀 자는 만큼.. 잠투정도 늘었다. 너무 졸리면 맘마먹는 것도 싫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겨우 달래서 먹이고 곧바로 낮잠 여행을 떠났다. 새근새근 쿨쿨쿨. 귀염둥이가 안겨 자니까 2시간이나 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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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 번씩 엄마랑 같이 아기목욕을 시킨다.
어떤 날은 얌전하지만, 어떤 날은 하기싫다고 투정부리면서 찡찡찡. 머리감는 거랑 옷 갈아입힐 때가 제일 힘들다. 좀 더 편한 방법을 위해 에어의자를 하나 질렀다. (어제 동생이 알려준 꿀팁 바로 접수!)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놓고 비장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혔는데 되게 잘 있네? 나무는 요령껏 머리도 잘 감고 편하게 즐기는 것 같았다. 엄마랑 나는 힘을 아끼고 평화롭게 목욕을 끝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뻐했다. 기분좋게 로션을 바르고 한 마리 치타로 변신한 나무를 거실로 데리고 나온다. 나무야 오늘 목욕 괜찮았지? 용기내서 혼자서 씻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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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일된 나무.
하루 만에 더 자랐다. 아직 내 품에 쏘옥 들어오는 쪼꼬미이지만 갓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몸무게도 3배가 되려고 하는데다 키도 많이 자랐다. 안으면 묵직하다. 종아리는 땅땅하고 허벅지는 몰랑하다. 신기한 건 새로운 개인기를 매일 발견한다는 거. 어제는 못 했던 것들을 오늘은 거뜬히 해내는 아기였다. 가령 한 달 전만 해도 물건을 잡는데 서툴렀는데 이제는 두 손을 제법 쓴다. 보이는 건 다 잡으려고 뻗고, 잡히고 당기고. 조만간 내 머리털 뽑히게 생겼지만 그래도 좋아. 뒤집기를 휙 하고 누워서 두 발을 잡았고, 몇 번은 발을 입에 가져가려고 했다. 또 어제는 엎드려서 기어보려고 꿈틀거렸다면, 오늘은 엉덩이를 들썩들썩 들어올린다. 팔도 헤엄치듯 뻗어 흔들고 조금씩 앞으로 기었다. 그 움직임이 아주 미세할 지라도 어제랑은 너무 다른 변화였다. 매일 매일 예쁘게 커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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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부산에 가시고 엄마랑 나는 바깥음식을 시켰다.
어플을 쭈욱 보다가 후보로 정한 분식과 통닭. 돈가스와 초밥은 바로 탈락했다. 오랜만에 치킨매니아 새우치킨을 먹고 치즈볼이랑 감자튀김까지 냠냠. 아기체육관에 누워있는 게 싫었는지 곰돌이 인형이랑 레슬링을 하다가 외쳐대는 나무. 보행기도 싫대서 안고있다가 바닥에 눕혔다. 날쌘돌이가 되어 뒤집기를 하고는 기어보려고 낑낑 끙끙끙. 힘든데 빨리 안아주지 않았다고 뭐라뭐라. 10분 가까이 뭐라뭐라 말하고 짜증내고 찡찡하는 나무는 또 귀엽네. 엄마랑 나는 혼나도 좋단다. 주체할 수 없는 침들이 뚝뚝뚝 줄줄줄 흐르고 거품처럼 나오고, 방울방울을 만들어도 너는 내사랑. 맘마 시원하게 다 먹고 시원하게 자러갔네. 진짜 피곤했나 보다. 오늘은 외할머니랑 같이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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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빠진 그녀.
신박한 정리, 유퀴즈, 골목식당을 보고나니까 12시가 넘었다. 일찍 자기 실패. 남편은 목공놀이, 양념반 후라이드반 통닭을 먹고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봤다고 했다. 빨리 일기를 쓰라고 재촉을 하는데 대화를 이어나간다. 오늘은 나무가 어떻고 저떻고 대충 귀엽다는 내용이었지. 매일 하루 시작과 끝에 남편이랑 인사를 나누는 소소한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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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일년 전 오늘, 병원에 가서 나무를 처음 만난 날.
5주 정도 되던 그때, 작디 작은 예쁘게 자리잡은 아기집을 보았다. 그 아기가 벌써 130일이라니. 매일 매일 너무 소중해. 우리에게 와 줘서, 우리를 선택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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