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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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목요일,

새벽 두시, tv와 폰을 끄고 엄마방으로 들어간다.

잠만 자면 되는데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방울 소리가 꽤 거슬렸다. 이제는 뽀시락뽀시락 나무가 이불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움직임이 점점 커지는 걸 보니 맘마먹을 시간이 되었네. 엄마는 나무를 안고, 나는 맘마를 타 왔다. 절반만 먹고 용을 써가며 요리조리 젖병을 뱉어냈다. 어르고 달래서 먹여도 비몽사몽이라 안 먹는다네. 별수 없이 재우려고 눕힌 상태에서 맘마를 먹는 건 뭐람? 어쨌든 180ml을 다 비우고 다시 새근새근 꿈나라를 떠났다. 나도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나 불편한 잠자리에 온 몸이 꿈틀거렸다. 베개도 이불도 팔 다리도 너무 답답해. 결국 슬금슬금 나와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혼자 넓은 침대를 차지하고 나서야 눈을 감는다. 뭐했다고 3시 반이 되었는지.. 아이고 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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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잠깐 깨서 엄마가 나무 맘마를 먹이시는 걸 보고 다시 자러 갔다. 얼마 후 나를 부르시는 소리에 깼는데 그건 바로 똥파티. 엄청난 양의 똥을 눠서 뿌듯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건 왜일까. 리뉴얼된 분유를 먹으면서 초록똥에서 노랑똥으로 바뀌었다. ‘우와 우리 나무 응가도 혼자 잘했네’하면서 칭찬을 해주고 엉덩이를 두드려준다. 옹기종기 모여서 인간극장을 보는 아침. 종료음악이 나오는 동시에 다시 나무를 안고 침대로 왔다. 너도 나도 쿨쿨쿨. 눈을 뜨니 12시였다. 커튼 덕분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잘 잤네. 오전 어디로 갔냐. 그시각 엄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시고 김치 담글 준비를 하셨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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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랑 김, 어제 남은 통닭을 데워먹었다.

후식으로 혼자서 믹스 커피를 마신다. 어느 순간부터 예쁜 잔으로 마시고 싶은 마음에 꽃무늬 잔을 꺼낸다. 3시 반에 깨워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머리에 입력시켜놨는데 나무가 깨면서 엄마의 낮잠도 와장창. 그때부터 보행기, 아기체육관, 의자에 앉아서 장난감 가지고 놀기, 헝겊책 물어뜯기, 아주 건방지게 앉아서 다리 잡고 놀기, 뒤집기, 배밀이 연습, 쪽쪽이와 담요로 놀기, 엄마한테 매달리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지치지 않는 우리 아가야.. 체력이 굉장히 좋구나? 후다닥 외출 준비를 하고는 터미널로 아빠 마중을 나갔다. 오랜만에 코에 바람을 쐬는 나무와 나. 분홍빛에서 연두색으로 물든 잎들이 예쁜 봄날, 알록달록 꽃들도 우릴 반겨준다. 아빠는 나무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하셨고 우리는 다시 넷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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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을 먹는다.

그것도 5시 20분에. 아침에 한 솥을 끓이신 전복미역국, 생선구이, 나물들과 김치가 한 상이 됐다. 홍합 육수로 낸 시원한 미역국을 먹으니까 몸조리하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미역국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미역국이 좋다고 하면서도 조리원 ‘간식’이 미역국인건 문화충격이었다지. 엄마랑 꼬북칩 한봉지를 비웠다. 다시 시작되는 나무랑 노는 시간. 본능인건지 잇몸이 가려운지 장난감을 입에 넣고 뽁뽁뽁 씹었다. 침은 한바가지를 흘리고 한바가지를 닦아주기 또한 반복. 아유. 천천히 자라렴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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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열탕소독을 했다.

냄비에 물을 한 가득 넣고 팔팔 끓이면 시작되는 활동. 공갈 젖꼭지와 젖병들을 넣고 아주 뜨겁게 데웠다. 나무도 잠들고 분유물도 끓여서 식히고 분유도 미리 채워넣고, 젖병 소독까지 끝낸 시간 11시 10분. 드디어 찾아온 자유시간이다. 허기지면 9시에 족발 시켜먹자던 아빠는 8시에, 엄마는 10시에 주무시러 가셨다네. 나홀로 거실을 차지해서 리모컨을 들고 하염없이 채널을 돌린다. 보던 것만 자주 나오니까 너무 식상해. 유퀴즈, 영화 ‘아가씨’, 방구석 1열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쓴다. 평화롭고 평화로운 밤. 아기가 깨기 전에 얼른 자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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