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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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금요일,
새벽 1:44, 내가 좋아하는 나무 표정을 만났다.
자다가 맘마를 먹을 땐 거의 눈을 뜨지 않는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다가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끼면 속도가 느려지고 그대로 잠들기 일쑤. 더 이상 안 먹어도 되는지 혀로 젖병을 밀어내거나, 입술을 꾸욱 닫았을 때 쭉 나온 입 모양이 상당히 귀엽다. 저 작은 입에서 ‘엄마! 엄마!’하면서 쫑알쫑알 말이 터지면 얼마나 더 귀여울까. 두 팔을 뻗어 나무를 품에 안았다. 내 심장소리가 아기에게 전해지기를. 나무야 걱정말고 자. 엄마는 네 곁에 있을게. 즐겁고 예쁜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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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뒤집기를 하려고 끙끙.
외할머니는 나무를 만나러 아침 일찍 방에 들어오셨다. 뉴스에 나온 아기를 보다가 ‘나무가 생각났다’며 말없이 바라만 보셨다. 데리고 나가서 맘마를 먹이고, 외할아버지랑도 신나게 놀았다. 아기 덕분에 말 그대로 우리집은 웃음꽃이 피었다. 이야기 거리가 많아지고 웃음소리도 더 커졌다. 우리에게도 그랬듯 나무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주시는 두 분 덕분에 나는 제대로 푹 쉬고 있다. 제때 밥을 먹고, 씻고 싶을 때 씻을 수 있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친정라이프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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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리 칭얼거리냐..
잠깐만 내려놔도 찡찡찡. 얼굴을 넙데데하게 부어가지고 눈은 쪼끄만해가지고 금세 눈물을 만들어낸다. 아이고야. 기저귀 하나 가는데도 쉽지 않네.. 놀다가 사진 몇 장 좀 찍으려고 내려놨더니 또 찡찡찡. 이제 정말 제대로 등센서인가. 혹시라도 내려 놓을까 싶어 팔로 내 몸을 꼬옥 감싸기도 하는 요즘. ‘많이 안아줘야지’하면서도 내 체력과 손목은 한계가 있으니, 힙시트와 아기띠를 사용한다. 그러다 눈치를 봐가며 아기체육관이나 보행기, 바닥에 내려놓는 나와 내려놓는 즉시 찡찡 우는 나무. 우리의 밀당은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의 가장 큰 미션은 체력 기르기, 건강하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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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는 홀로 육아시간.
집안일을 후딱 해놓고 나는 외출을 했다. 해안도로를 씽씽 달려 바닷바람을 느끼다 도착한 그곳. 지난 번에 했던 눈썹과 아이라인 리터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언니야의 힘든 손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임신과 출산; 육아 경험담을 나눈다. 눈썹과 눈이 따끔따끔거리고 눈물 찔끔나는 통증이 있지만, 우리의 공통된 결론은 ‘아기가 예쁘다는 거’. 아기를 낳고 나서 모든 통증을 출산의 고통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를 들면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것, 눈썹과 아이라인 시술, 치과 진료 등등. 속으로 ‘아기도 낳았는데 이것도 못 참겠어?’하면서 현재 고통을 이겨보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아이고 너무 아프네. 짱구 이숭이로 변신을 하고 카페에 들렀다. 아이스 바닐라라떼랑 크로플 두 개를 사 들고 집으로 간다. 요건 고통을 이겨낸 내게 주는 보상이야.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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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사이좋게 크로플을 나눠 먹는다.
시원하게 커피를 들이켜고 바로 시작된 나무 목욕. 의자에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나무 덕분에 머리감기도 수월하게 잘 지나갔다. 의자 만세 만세. 피조개, 고동을 섞은 초무침을 먹고나서 남은 크로플을 먹었다. 나무도 맘마를 먹고 뒤집기와 배밀이연습, 보행기까지 다 하고는 졸리다고 엉엉엉 운다. 피곤했는지 금세 곯아 떨어졌네. 남편은 퇴근 후에 콩비지찌개를 끓여먹고, 누워서 딩굴딩굴 나태하게 보내고 있단다. 나는 오늘도 채널을 돌리다가 만화 ‘작은 아씨들’, 유퀴즈,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고 드디어 동물농장에 정착했다. 하루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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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숫자.
그날의 기억들.
4월이 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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