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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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토요일,

평화로운 주말 아침.

혼자서 잘 자다가도 엄마가 내 방으로 아기를 데리고 오실 때가 기다려진다. 아기가 오면 벌떡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냉큼 품 속으로 안았다. 남편은 아침 일찍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고, 아빠 엄마는 등산을 가셨다. 우리 둘은 잠이나 자자. 이젠 자면서도 뒤집기를 하려고 해서 틈틈이 막아야만 한다. 잘 만큼 자고 일어난 나무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밤새 모은 먼지를 씻겨내고 팔 다리 접힌 부분까지 꼼꼼히 닦아준다. 무엇보다도 화장실 거울 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기. 오늘도 빵긋웃는 귀염둥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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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를 넣은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꽃게를 사 와달라는 부탁에 며칠 전에는 마트에, 오늘은 시장을 다녀오셨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던 꽃게. 그래도 엄마표 집밥을 너무 너무 잘 먹고 있으니까 꽃게 그것 쯤은 없어도 돼. 저녁엔 수육이 기다리고 있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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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뒤집기 늪에 제대로 빠진 우리 나무.

눕히는 순간 바로 뒤집으려 하고, 아니면 이미 엎드려져 있었다. 어제보다 더 높이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다리를 바둥바둥거리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 팔과 배 때문에 앞으로 길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힘을 쓰는지.. 손을 입에 넣는 것도 모자라 한 손은 발을 잡는다. 잡은 발을 입에 넣으려고 또 힘을 쓰고, 그냥 매사에 힘을 쏟고 있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오후에 낮잠을 두 번이나 잔 거면 말 다 한거겠지. 매일 매일 크느라 고생많네 우리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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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오후엔 지인결혼식에 다녀왔다.

바로 집에 가기엔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핫도그 하나를 먹고 졸면서 보는 영화. 딩굴거리다 밤세차를 떠난단다. 동네이웃과 함께 고고고. 다들 자러간 사이 나는 오늘도 텔레비전에 빠졌네. 무한도전, 유퀴즈, 동물농장을 보고 갑자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까지 보고 있다. 뭐 했다고 벌써 2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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