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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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일요일,
습관이 되어버린 늦게 자기.
조용한 밤에 혼자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별 의미없이 채널을 돌린다. 봤던 걸 계속 보는 성격 나야 나. ‘놀면 뭐하니’ SG워너비 노래는 틀면 나오는대로 봤다. 노래도 좋고 이석훈도 멋지고 김진호는 큐티가이네. 캬. 눈이 새콤새콤 시리네. 드디어 불을 끄고 방에 눕는다. 그 때가 2시 48분.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우리 남편이었다. ‘오늘밤... 모두가 잠든 뒤 두 남자의 은밀한 회동이 시작된다’는 문자 하나를 남긴 채 만남ing. 자꾸만 은밀한 두 남자의 회동으로 읽히는 건 왜일까. 크크크. 세차메이트와 세차를 끝내고 햄버거를 먹었다고 했다. 3시가 넘도록 새벽토크쇼까지. 우와 대단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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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침 일찍 내 방으로 오셔서 새벽 맘마시간과 기저귀 시간을 알려주셨다. 듣자마자 비몽사몽 상태로 어플을 켜고 시간과 먹은 양을 입력했다. 다시 분유 정체기가 왔는지 먹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나무는 90ml, 110ml정도씩을 먹었다. 잘 먹다가도 금방 젖병을 빼버리네. 질겅질겅 물고 때로는 눈치를 보며 웃으면서 뱉아버리는..
다시 내 품에서 같이 자다가 슬슬 눈을 뜨던 아기는 슬슬 시동을 걸었다. 누워서 놀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아기체육관에서 놀고 안겨서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놀고.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이제 졸리고 배가 고픈 것 같길래 후다닥 분유를 타 왔다. 먹이려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바지까지 못 입힌 채로 달래주기 시-작. 꺼이꺼이 우는데 왜인지 모르고 달래니까 너도 나도 답답. 아유. 젖병만 주면 더 크게 울어서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너무 오래 울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 뻔 했네. 겨우 재우긴 했는데 나무를 너무 많이 울린 것 같아 너무 미안해졌다. 다음주 나홀로 육아를 예습한 기분이었어..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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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계속되는 놀아주기, 기저귀 갈기, 그리고 낮잠자기. 다행히 목욕은 아주 평화롭게 잘 끝냈다.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엄마 말에 바로 밖에 나왔다. 집 근처에 있는 배스킨라빈스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봄꽃들. 철쭉과 민들레꽃, 이름 모를 보라색 자주색 노란색꽃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주황빛 하늘도 예쁘고 보이지는 않지만 파란 공기가 시원해서 기분좋던 순간을 마음에 꾸욱 담아본다. 한 달 전에 내려왔을 땐 벚꽃이 펴있었는데 이젠 연두색 세상이 되었네. 아, 이쁜 4월이로다. 엄마는 슈팅스타팬, 나는 초코나무숲팬. 그 외 3가지 맛을 골고루 열심히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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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일된 아기.
탐색을 시작하려나 보다. 소리가 나는 쪽은 원래 잘 쳐다봤지만, 이제는 고개도 아주 재빠르게 돌린다. 아기를 안고 있으면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을 하는 것 같다. 발에 대한 호기심이 늘었는지 틈만 나면 손을 뻗어서 발을 만지고, 입으로 넣으려 한다. 침이 어마어마하고, 다리 힘 또한 엄청나다. 자주 서 있으려고 발가락에 힘을 꽉 준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뒤집기를 하려해서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는 게 쉽지 않다. 보행기는 여전히 앞만 빼고 가는 중(뒤로, 사선으로, 옆으로). 길게 옹알이를 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제법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버럭하는 귀염둥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