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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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월요일,

어제 아기는 570ml밖에 먹지 않았다.

우리도 맛있게 잘 먹는 날이 있으면, 입맛이 없는 날이 있으니까, ‘아기에게도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겠지’하면서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적게 먹으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아기가 자라는 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혹시나 이것 때문에 안 먹는 걸까?’ 원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냥 배가 고프면 맘마를 주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로 했다. 아가야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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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찍 자려고 누웠던 남편은 눕자마자 가위에 눌렀다고 했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는데 등 뒤에서 이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단다. 몸을 아무리 움직여봐도 깨지 않아서 고생한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아유. 월요일을 피곤하게 시작했으니 괜히 짠하고 그렇네. 나무를 껴안고 자던 나는 10시에 눈을 떴다. 웃는 얼굴로 하루를 맞이한 나무는 누워서도 잘 논다. 한참을 둘이서 꽁냥꽁냥거리다가 거실로 나왔다. 오랜만에 외삼촌이 왔고, 아빠는 등산을, 엄마는 이미 월요대청소를 끝내놓으셨다. 우리 둘이가 제일 팔자 좋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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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데도 바람이 찬 4월.

모처럼 모인 넷이서 점심을 먹었다. 나무의 재롱을 보다가 졸려하길래 방 침대에 눕혀놓는다. 혼자서는 금방 깨니까 옆에 누워서 토닥토닥거릴 사람이 필요해. 내가 당첨됐더랬지. 1시부터 다시 곯아 떨어진 우리는 3시간이나 잤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낮잠을 또 자네. 팔에 쥐가 나도록 안아서 재우고는 서로의 심장을 최대한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우리. 참 평화로웠던 시간이었다. 또 밥 먹을 시간이겠지. 조개랑 홍합, 고추를 넣은 부추전, 조기구이, 두부탕, 도라지무침과 나물들이 한가득인 저녁식탁. 홀로 아기체육관과 보행기를 타면서 놀던 나무는 또 졸린가 보다. 또 우리는 누워서 저녁잠? 30분을 자고 일어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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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씩 자러가고 나는 오늘도 밤을 붙잡고 있다.

대신 텔레비전은 일찍 끄고 방에서 혼자 노는 중. 동률님 노래가 참 잘 어울리네. 아기 사진들로 꽉 차서 폰 용량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떴다. 옛 사진들을 펼쳐놓고 하나씩 지우는데, 지우는 것보단 살려놓는 게 더 많다. 시험기간에 딴짓하는 사람처럼 혼자 추억여행을 떠난 밤. 참 풋풋하고 어렸구나, 옛날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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