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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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화요일,
다들 아침 일찍 밖에 나가고 우리 둘만 남았다.
8시 30분, 나무를 살포시 아기체육관에 데려다놓고 움직여본다. 빛의 속도로 세수를 하고 미지근하게 물 한 잔과 한약을 마신다. 미세먼지도 없겠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 좀 해 볼까나. 언제부터인가 환청을 많이 듣게 되는데, 아기 울음소리였다. 혼자 놔두고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들리는 소리들. 나무가 울거나 찡찡거려서 달려가 보면, 혼자서 잘 놀고 있거나 잘 자고 있었다. 그래서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몇 번은 멈추기 일쑤였다. 편하게 누워서 모빌을 잘 보고 있던 나무는 갑자기 뒤집기 늪에 빠져들었다. 조금만 참아줄래.. 열탕소독을 끝내놓고 나무랑 노니까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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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이서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어느새 돌아온 가족들. 다들 나무 곁으로 총총총. 모두가 나무를 안고 놀아주는데 적극적이었기에 내 체력은 아주 잘 아끼고 있달까. 점심시간에 연 통닭집을 찾아 양념과 간장 한 마리씩을 시켰다. 갑자기 열린 통닭파티. 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야무지게 낮잠을 자러 떠났다. 나무가 자니까 옆에서 토닥이다 잠들었는데 20분 만에 일어날 줄이야. 아기를 안고 방 문을 나가니까 외삼촌은 거실에서 자고, 아빠 엄마는 안방에서 주무신다. ‘다시 들어가자 가자’ 하면서 우리방으로 돌아왔다. 고목나무에 매미가 된 듯 안겨 있으려는 매미같은 진짜 나무. 이젠 졸리다고 또 안아달래.. 아기띠를 할 걸 그랬나. 이때부터 내 손목은 찌릿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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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모두가 깨어있었다.
배달 어플을 켜고 커피랑 디저트를 주문했다. ‘참 좋은 세상’이라며 집에서 뭐든 먹을 수 있는 요즘 분위기를 신기해하시는 엄마. 바닐라라떼랑 크림라떼, 그리고 크로플. 이번에 통영에서 지내는 동안 여기 카페를 과하게 애정했다 할 정도로 자주 먹었다. 역시 나는 한 곳에 빠지면 거기만 가는 구나. 흐흐. 시원하게 들이켜고 엄마랑 나는 나무목욕을 시키러 떠났다. 이제는 버팅길 줄 아는 나무는 의자에서도, 우리 품에서도, 여기저기서 탈출을 하려고 했다. 왠지 우리 아기는 약수터 가면 나무에 배치기를 잘 할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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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모임을 다녀온 남편은 꾸벅꾸벅 졸다가 나랑 통화를 했다. 30분 가까이 나눈 대화 속에는 ‘우리 아기가 너무 많이 컸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었다. 보행기도 앞으로 조금씩 나오려고 움직이고, 장난감 하나에 집중해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돌리기도 하고, 드러누워 스르르 미끄러지듯 탈출도 잘 하는 귀염둥이. 늘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내사랑 남편. 모두들 잘 자요. 나는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방구석 1열 좀 보고 잘게. 어우, 벌써 두 시야? 누워서 사진이랑 동영상도 보고 자야지. 오늘도 참 따뜻했네. 손목이 시큰시큰거리는 것만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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