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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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수요일,

친정에서 지내는 동안에 루틴이 잡힌 나무 생활.

어젯밤 8시에 맘마를 먹고 새벽 4시에 깨워서 먹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8시간 만이라니. 다 먹지도 않고 다시 쿨쿨쿨. 배고픔을 이겨낼 정도로 많이 피곤했나 보다. 그러다 아침 8시 반에 맘마를 다 먹고 내게로 왔다. 나는 너무 피곤한데 나무는 너무 쌩쌩해. 우리 둘 다 누워서 각자 할 일을 했다. 나는 반 쯤 눈을 감고 나무랑 놀아주고, 나무는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있는 힘을 다해 발차기를 하고, 손을 빨고 놀았다. 한 시간이 지나자 눈이 스르르 감기네. 우리 조금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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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하루는 10시 반부터.

잠깐 거실에 다녀온 사이에 잽싸게 뒤집기 한 나무. 엎드린 상태로 하는 꼭두각시 율동처럼 발을 까딱이며 두리번 두리번. 지금보다 한참 전에 아기 시절에는 누워만 있다가, 엎드려서 보는 세상은 얼마나 신기하고 흥미로울까. 그걸 이해하면서도 누워있으면 좋겠다.. 헤헤. 이래서 ‘누워 있을 때가 편하다’고 하는 거구나. 기저귀를 갈 때도 공벌레처럼 몸을 말고 옷을 입힐 때도 몸을 구부리기 바쁜 아기. 우리집 거실 스튜디오에 아기를 앉혀놓고 사진을 찍어댔다. 찰칵찰칵. 폰 용량은 얼마없지만 일단 나는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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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배달 음식을 좋아했던가.

엄마가 배달 음식을 좋아하셨구나. 원래 나가서 먹는 음식도 즐기고 집밥도 잘 하시는데 잊고 있었네. 역시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는 거. 더군다나 코로나 때문에, 아기 돌보느라 밖에 못 나가는 걸 바깥음식으로 우리 배를 채웠다. 물냉면 하나, 비빔냉면 하나, 연탄불고기 하나를 시켜서 둘이서 시원하게 면치기를 했다. 냉면 위에 고기를 올려서 입으로 쇽. 냉면이 맛있어지는 걸 보니 여름이 다가오나 보다. 맛있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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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고 일어나 함께 아빠를 마중나갔다.

맘마를 먹이고 옷을 입혔는데 갑자기 벌인 똥파티. 부랴부랴 치우고 밖으로 나간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따뜻한 햇살, 초록 이파리, 하양 분홍색 철쭉꽃을 보고 들어왔다. 귀염둥이야 내일 나들이 다녀오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나의 사랑을 한가득 받고 있는 나무가 대구집으로 돌아갈 날이 며칠 안 남았네. 조용해질 친정집도, 다시 바빠질 대구집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네. 흐흐흐.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에 들어가서 지냈던 내가 조용한 집에 적응할 수 있으려나. 물론 적응은 하겠지만 그..리..울..거야.. 유퀴즈, 무한도전, 방구석 1열, 어쩌다 사장, 나는 자연인이다까지 봤으니 이제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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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알 밖에 남지 않았던 피부약을 아끼고 아끼다 피부가 엄청 가려울 때만 하나씩 꺼내 먹었다. 그렇게 해서 남은 두 알 중에 한 알을 먹고, 남은 한 알은 아주 급할 때 먹어야지. 출산 후 지속되는 피부가려움증은 묘기증처럼 긁는대로 부풀어 올랐다. 다행히 약으로 가려움을 잠재우긴 하지만 언제 사라지려나.. 팔, 허벅지, 등, 허리 심지어 머리까지 가렵네.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못 잡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고야. 이숭이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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