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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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목요일,
점심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랑은 다르게 조금 흐린 날씨였지만 우린 오늘 나들이를 가야만 해. 외출을 위해서는 아기의 맘마와 낮잠 시간, 기저귀 갈기,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기, 챙겨야할 것 등 생각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빠차를 타고 부릉부릉 산유골 수목공원으로 고고. 차에서 까무룩 잠든 나무는 도착해서도 깨지 않았다. 일부러 낸 아빠의 큰 기침소리에 깨서는 그때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봄나들이. 작년 5월 말에 나무를 품고 왔던 곳에 다시 또 오니까 기분이 묘하네. 봄이 찾아온 곳, 아가야 여기 기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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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쪽에 있는 노랗고 자그마한 꽃에 반해버렸다.
이름 모를 꽃인데 우리끼리 사진도 찍고, 나무 사진을 찍는다. 너무 순식간에 꽃을 쥐고 입에 넣으려해서 깜짝 놀랐다네. 입에 들어간 줄 알고 입을 벌려 확인을 해보는그 순간부터 감성 와르르르. 다른 풀잎 앞에서도 잎들을 다 뜯으려 하는 바람에 또 감성 와장창. 다소 거친 나들이었지만 초록 나무 초록 이파리들은 어찌나 이쁜지.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봄 기운이 넘치는 이 곳을 지나 박경리 기념관 문학꽃길에 있는 유채꽃과 청보리들. 집에만 있다가 자연을 마주했던 이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아기에게도 알록달록 추억이 만들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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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거북시장에 들러 엄마는 해삼을 샀고, 아빠는 꽈배기를 사 오셨다. 꽈배기가 먹고싶다는 말에 바로 움직이시는 행동대장. 집에 오는 길에 잠든 나무를 깨워 간단히 씻긴다. 상쾌한 기분이 여기까지 전해지더니, 금방 잠든 우리 둘. 5시부터 2시간동안 녹아내렸다. 깨지도 않고 쿨쿨쿨. 그거 잠깐 다녀왔다고 피곤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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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들을 동네에서 만났다.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제일 만만한 삼겹살 집으로 고고. 오랜만에 고깃집도, 맥주병도 소주병도 너무 신나네 신나.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보겠다’는 말과는 달리 몸을 사리는 이숭이. 삼겹살이랑 양념갈비를 먹고 소주 반 병, 맥주 반 병으로 오늘의 즐거움을 다 가졌다.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쉬워서 2차로 간다. 나쵸랑 감자튀김, 그리고 블랑 두 병. 내 몸에 알콜이 들어온 게 얼마만이더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동네 놀이터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핫플, 짚라인 같은 놀이기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연달아 세 번을 탔네. 밤 중에 꺄르륵 웃음소리낸 사람 나야 나. 이번엔 시소저울을 타고 꺄르륵. 이거 왜 이리 재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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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이면 남편을 만난다.
각자의 자유시간은 정녕 오늘이 마지막인가요. 괜히 붙잡고 싶은 밤. 밤중 열탕소독을 끝내고 리모컨을 잡게 되네. 무한도전이 나오고 광고가 나오는 밤. 아가야는 뽀스락거리다 깨서 180ml을 비우고 다시 꿈나라로 떠났다. 나는 이제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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