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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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금요일,

아유, 몇 시에 잠들었더라.

일기를 쓰고 나서 다큐멘터리랑 연애의 참견을 보고 무거운 눈꺼풀로 하루를 끝냈다. 적어도 3시였던 것 같은데. 술을 마셔서 그런지 헤롱헤롱하면서도 더 놀고싶은데 왜 이렇게 졸린지. ‘아침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하고 잠들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왔냐. 엄마한테 몸이 천근만근이라며 피곤함을 어필하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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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맘마를 먹이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그리스편’을 봤다.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갔었던 그리스, 산토리니가 나오니까 저절로 눈길이 갔다. 별똥별을 처음 본 곳이 그리스였고, 일몰과 야경이 참 아름다웠다. 마지막 날 와이너리에서 투어를 하다가 홀랑 넘어간 빈산토 와인. 달달한 와인이 생각나서, 우리 둘만의 시간이 떠올랐다.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리스, 그리운 그리스. 다 보고 다시 방에 들어왔는데 엄마의 부름에 다시 튀어나간다. 똥파티로구나. 당황스러울 정도의 똥 양 때문에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이제 진짜 자러 간다? 나무야 우리 같이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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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안아달라고 찡찡찡. 나는 더 자고 싶어서 찡찡찡. 텔레비전을 켰더니 혼자 만화를 잘 보고 있길래 슬며시 눈을 감는다. 요즘은 다리랑 발을 잡곤 해서 늘어질 듯 벗겨진 양말조차 너무 귀엽네. 나무가 하는 모든 게 다 귀엽단 말이야. 외할아버지의 기침 소리에 놀래서 눈이 똥그래지다가 울어버리는 나무. 입을 삐죽삐죽이는 모습이 짠하면서 귀여워서 어른들이 아기들을 계속 울리는 이유를 알겠더라. 삐죽삐죽 엄마는 오늘도 심장이 콩콩콩한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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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으쌰으쌰 마지막 목욕이 끝났다.

우리집 저녁밥상엔 엄마표 홍합밥과 전복미역국, 생선구이, 꽈리고추무침과 고춧잎무침, 홍합부추전으로 한가득. 하루종일 너무 바쁘셨던 엄마의 하루에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이 있네. 감사해요. 퇴근하자마자 남편은 바로 통영으로 달려왔다. 현관문 앞에서 만난 우리 셋.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반갑고 기쁘고 좋고 신난다. 사진으로 보면 엄청 큰 어린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아가인 우리 나무. 아기를 안아보더니 묵직하다고, 많이 컸다며 놀라는 아빠였지. 아기는 자러가고 우리 둘이 수다를 떨고 tv를 보고 나태하게 노는 금요일. 좋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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