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4월 24일 토요일,

아기를 맡겨둔 채 푸우우욱 잤다.

나무도 일어나서 놀고 있는데 늦잠꾸러기 이숭이, 나무 엄마 이숭이.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지 뭐. 우리는 아침밥으로 과일을 먹고 졸려하는 나무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아무 걱정없이 엄마밥 먹으면서 놀고 쉬는 이 생활도 이제 끝이다. ‘2주만 있다가 와야지’ 했던 계획이 ‘5주’가 됐다. 3월에서 4월로 달력 한 장을 넘기고 어느덧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동안 보약을 한 첩 다 먹었고, 밥 한 번 제대로 차려본 적 없었던 받기만 했던 날들. 그러고 보니 나무를 5번도 안 데리고 잤네? 흐흐.

.

마지막 만찬, 점심을 먹고 짐을 꾸리면서 대구에 가는 걸 실감했다. 시간은 눈치없이 계속 흘러갔다. 이사를 가는 것 마냥 한 가득인 물건들을 과연 다 실을 수 있을까. 줄어들 줄 알았던 짐들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 보행기, 유모차, 아기체육관과 모빌, 트롤리와 기저귀, 분유 3통, 옷과 수유패드 등등 아기 물건들이 이렇게 많았나.. 그 외에 백팩과 캐리어, 엄마 음식들까지 있으니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딘가를 떠날 때 숙제같은 짐꾸러미들을 가지런히 정리를 해주고 테트리스를 하는 것처럼 차곡차곡 싣는 남편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가네. 휴우. 다행이다.

.

아빠 엄마는 아쉬운 마음에 부지런히 나무를 안아보고 놀아주셨다. 한달 전에 목도 못 가누던 아기가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해냈다. 손만 뻗을 줄 알던 아기가 물건을 잡고 꽉 쥐거나 잡아 당길 줄도 안다. 보행기를 낯설어하더니 이제는 두 발로 서서 버티고 장난감을 열심히 만진다.(여전히 앞만 빼고 갈 수 있음) 소리를 내고 웃을 줄도 안다. 몸만 했던 베개가 나무보다 작아졌다. 조용했던 공간이 아기 소리와 두 분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발견하고 커가는 모습을 함께 봐왔으니 정이 너무 많이 들어버렸다. ‘집에 가서도 쑥쑥 크고 건강해라’하고 말씀하시면서 ‘보고싶으면 대구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매번 인사를 할 때면 눈물이 나오네. 아빠도 엄마도 나도. 아유. 헤어짐은 늘 익숙하지 않더라.

.

좋아하는 밈카페에 들러 커피와 쿠키를 사서 대구로 향했다. 아, 크로플도 3개 샀지롱. 아빠 엄마, 커피랑 빵, 통영 바다, 나의 친구들 모두 그리울 거야. 집으로 나서기 전에 맘마를 먹고 응가를 하고 오줌공격을 하고 할 건 다한 나무는 차에서만 잘 있어주면 좋겠다. 얼마 후 깊은 잠에 들어서 안심을 하던 중에 종종 눈을 뜨곤 했다. 20분을 남겨두고 찡찡 울어서 맘마를 먹인다. 잘 먹고 있었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갑자기 분수토를 했다. 우는 나무를 달래도 계속 엉엉엉. 겁먹은 나는 우왕좌왕하다가 나무를 안아준다. 겨우 진정시켜서 도착한 대구 우리집. 나무야 우리집에 왔어! 여기 오랜만이다 그치?

.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짐 풀기에 집중을 했다.

장난감과 보행기를 조립하고 설거지, 젖병소독, 빨래를 하고 한숨 돌리나 했는데.. 내가 남편에게 안방 침대를 벽쪽으로 돌려보자며 제안을 했다. 그때부터 갑자기 가구를 옮기고 쓸고 닦고 청소를 하는 콩쥐 남편. 양옆으로 있는 뜬 공간을 하나라도 없고 싶어서 그만.. 많고 많은 날 중 오늘 굳이 해야만 했냐.. 다 끝내고 난 후 남편의 한 마디가 훅 들어왔다. ‘왜 이리 디노..’. 아유 아유 고생했시용. 배도 고프고 기념으로 통닭이라도 먹읍시다. 그렇게 해서 양념과 후라이드 반반 파티를 벌이는 토요일. 나무는 자다가도 울음을 터뜨려서 남편이 옆에서 토닥토닥해주고 있었다. 나무야 우리가 곁에 있을게. 예쁜 꿈 꾸고 잘 자. 여기서 또 즐겁게 지내보자 귀염둥이야.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0423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