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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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일요일,

내가 침대를 제일 넓게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답답하단 말이야.. 구석에서 자고 있는 나무도, 몸 절반은 침대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남편도 가만히 있는데 흐흐흐. 무거운 이불을 걷어찼다가 옆으로 돌아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뒤척뒤척.. 거실에 나가서 잘까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내 사랑들이 양 옆에 있어서 좋은데 왜 이리 갑갑하냐.. 그건 그렇고 잠자리가 바뀐 이유 때문인지, 무서운 꿈을 꿨는지 나무는 자다가 몇 번을 울었다. 엄마 아빠가 옆에 있다고 토닥토닥 아기를 달래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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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맘마를 먹이고 그제야 나는 편하게 눈을 붙인다.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오전 또 어디갔냐.. 들깨죽이랑 달걀말이, 밑반찬을 꺼내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설거지를 하고 아기랑 노는 동안에 갑자기 거실청소가 시작됐다. 쓸고 닦고 먼지를 털어낸다. 한 달여만에 만난 고무나무는 새 잎을 쭈욱 내밀고 있었다.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주고 다시 청소를 이어갔다. 반짝반짝 빛나진 않아도 심적으로 먼지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좋다. 씻고 와서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캬. 너무 맛있네. 어제 사 온 크로플 두 개를 데웠는데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내일부터 밀가루를 일주일동안 끊을 생각이라서 더 맛있게 먹어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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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나란히 누워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이벤트에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빵빵 터지는 아기의 재롱들에 깜빡 넘어간다. 귀여워라 정말. 둘이서 목욕을 시키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목과 허리에 힘이 들어가 잘 앉아있는 날이 오네. 저녁은 남편표 콩비지찌개. 찰밥이 많다고 조금 덜어놨는데 홀랑 다 먹고 말았네. 오늘을 위해 건배를 하는 막걸리 파티까지, 톡 쏘고 시원한 하루였다. 나무는 맘마먹고 우리는 막걸리 마시고. 모두 마셔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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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잘 생각이 없어보여서 인스타그램 라방을 켰다.

아기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니까 언제든 끌 생각으로 오랜만에 버튼을 눌렀다. 랜선 이모, 삼촌들이 들어와 아기에게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우리 나무는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나 보다. 앉아있다가도 찡찡, 누워서 찡찡, 안겨서 찡찡. 부랴부랴 방송을 끝내고 달래는 중에 얼른 맘마를 먹이고 재웠다.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다가 조용해졌네 휴우. 아기 예뻐해주셔서 감쌈당.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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