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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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월요일,
남편 덕분에 널찍하게 침대를 썼다.
그는 바닥에서, 나랑 아기는 침대에서 잤다. 뒤집기를 하기 전에 거실에 매트를 깔고, 아기침대를 다른 걸로 바꿀 생각이었는데 아직 그대로다. 뭐 이리 고민해야 할 게 많은지. 임신 출산 준비물도 엄청 많았는데, 아기가 커갈수록 새로운 영역의 물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조만간 이유식도 시작하려면 어우, 다들 어떻게 했나 몰라.. 아무튼 잘 잤다. 새벽 3시에 나무가 자다가 엉엉 울음을 터트린거 말고는. 그저께도 울더니 오늘도 우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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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탕소독을 해놓고 출근을 했다.
오랜만에 현관문 앞에서 남편이 나가는 걸 바라보네. 그의 부지런함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뒷모습. 오늘도 감사하고 고마워라. 월요일이다. ‘나무야 우리 파이팅해보자!’를 외치고 다시 잠들었다지. 자는 중에 나무가 배에 힘주는 소리가 들린다. 코를 갖다대지 않아도 냄새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옆으로 자는 바람에 오줌도 새고 응가는 기저귀 위로 올라오고 난리 부르스. 나날이 튼튼해진 무쇠팔로 나무를 감싸안고 손 발, 다리, 얼굴, 엉덩이를 깨끗이 씻어주었다. 거울놀이는 덤. 거울로 몇 번을 쳐다보면서 웃겨주고는 다시 눕혔다. 로션도 바르고 침독이 오른 입 주변에 연고도 발라준다. 약님 침독 얼른 가라앉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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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도 했고 맘마시간도 돼서 분유를 타왔다.
오잉, 왜 안 먹지.. 30ml만 먹고는 먹기 싫다고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는 나무. 먹다가 내 얼굴에 뿜었네.. 이 때 하루가 심상치 않을 거란걸 알아챘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다 큰일나겠네. 어르고 달래서 재우고 2시간 뒤에야 맘마를 먹일 수 있었다. 아기의자, 아기체육관, 모빌, 보행기와 장난감들로 시간을 벌인다. 비지찌개랑 밥을 후다닥 먹고 설거지, 열탕소독, 청소기 돌리기, 세탁기랑 건조기 돌리기까지 겨우 해놓고 나서야 아기를 안았다.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토닥토닥. 그런데 왜 이렇게 보채나.. 안아달라 엉엉, 놀아달라고 엉엉, 뒤집기 힘들다고 엉엉, 쿵 소리에 놀라서 엉엉.. 유난히 울음으로 표현하니까 나 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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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결심이라도 한 듯 아기를 데리고 밖에 나왔다.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가려다 아파트 근처만 빙빙 돌았다. 내리쬐는 햇빛이 강렬해서 나무 표정이 아찔해. 꽃 구경 사람 구경 나뭇잎 구경으로 채운 우리의 첫 산책. 더워지기 전에 동네 산책 종종 나가자! 우히히. 피곤했는지 다시 보채기 시작하는 우리 아기. 젖병은 두 번이나 날아가고, 내 머리카락은 여러번 뜯겼다. ‘나무야 엄마 머리 왜 잡아당겨, 아프잖아’하고 말했더니 혼내는 줄 알고 입을 삐죽인다. 아유 이 귀염둥이를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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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반쯤 탈출할 때쯤 남편이 왔다.
씻고, 저녁을 차리는 동안 우는 나무를 달래서 배 위에서 재웠다. 그러다 나도 쿨쿨쿨. 꽃모양 달걀말이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매직아이처럼 흐릿한 모양이었다. 보글보글 끓인 비지찌개로 맛있게 배를 채웠다. 밀가루 안먹기 1일 차. 오랜만에 해보는 ‘나홀로 육아’로 몸이 고되긴 했지만, 무난하게 잘 지나갔다. 다섯 번 울다가도 한 번 웃어주면 그걸로 괜찮아지는 아가의 마법같은 힘. 바통터치를 해준 남편도, 초보엄마한테서 자라는 나무도 모두 감사해. 아기는 잠들었고, 아기 영상을 보는 남편과 나. 우리 참 많이 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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