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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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토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늦게 자는 날이면 새벽에 더 맘마를 찾는다.
6시에 거뜬히 비우고 다시 꿈나라로 숑. 잠깐 깼을 때 남편은 이불을 정리해놓고 사라졌다. 그 남자의 취미생활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시작되지. 목공놀이를 하러 갔단다. 그의 부지런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쿨쿨쿨. 충분하게 잠을 채우고 일어난 나는 나무 맘마를 준비한다. 매번 맘마-기저귀-놀아주기로 돌고 도는 일상이지만, 그 순간 마음은 진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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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미음 3일 차.
눈 앞의 물건들만 보면 손을 뻗는, 재빠르게 낚아채려는 나무. 오늘도 밥그릇 뺏길 뻔 했네 흐흐. 턱받이를 해주고 한 숟갈을 주는데 잘도 받아먹는 아기새 나무. 분유만 먹다가 처음 느껴보는 쌀미음, 소고기미음은 어떤 맛, 어떤 느낌일까. 입맛에 맞는지 꽤 잘 먹고 있다. 물론 목넘김이 성에 안 찰 땐 분유를 달라고 찡찡거리긴 하지만, 대체로 잘 먹는 것 같다. 그렇게 싹싹 비운 75ml. 흘린 거, 입에 묻은 거, 목에 끼인 거 빼면.. 아무튼 농도조절을 잘 못 해서 걸쭉한 미음도 잘 먹어줘서 고마워 귀염둥이. 젖병 씻고 정리를 하고 기저귀를 열었다가 황급히 닫아버렸다. 똥파티 언제 했니.. 씻으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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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씻기고 욕조에 물을 받아서 간단히 몸을을 씻긴다.
날이 더워지는 만큼 땀도 많이 흘리는 우리 아기를 부지런히 씻겨줘야지.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니 남편이 돌아왔다. 점심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빅맥세트를 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우와!’. 신나게 먹고 아기를 돌보는 동안 남편은 주방 수납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잘 쓰지 않는 컵과 물건들을 빼놓자며 하나 둘 꺼내보는데, 보물창고처럼 나오는 물건들. 중고로 팔아서 ‘용돈벌이’를 하라고 했다. 근데 예전에 그가 산 것도 팔아서 용돈하라고 했더니 ‘내가 산 건데.. 창조경제네?’라고 하는 말에 빵 터진 나. 소중한 나의 티팟을 품고 몇 번이나 작별인사를 했는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용돈을 벌기 전에 당근마켓에서 살 생각하고 있는 우리 둘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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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컵도 왔으니 미음을 만들어 볼까나?
아기는 정말 열심히 놀다가 곯아 떨어졌고, 옆엔 남편이 든든하게 있으니 여유롭게 할 수 있겠다. 한 번 더 만들기로 한 소고기미음. 지난 번처럼 똑같이 만들고, 물 양도 좀 넉넉하게 했는데도 걸쭉해졌다. 불조절과 농도조절이 참 어렵다. 책을 보고 하는데도 80ml 3일 양이 안 나오네 아이참. 채반에 소고기를 갈 때 남편찬스를 쓴다. 핏줄이 터지도록 갈갈갈 긁긁긁. 아이스커피를 벌컥 마시고 반 쯤 쏟아서 난리였어도 3일치 아기 맘마가 든든하게 생겨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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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대청소가 시작됐다.
내가 아기를 보는 동안 남편은 빨래 개기만 세 번, 세탁기를 돌린다. 매트를 걷어 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그는 물걸레로 슥슥 닦아주었다. 바닥닦는 건 내일하려다 오늘 다 해치우고 내일을 즐기기로 한 우리. 겨우 끝내고 저녁 산책을 나간다. 목적은 빵집에 가서 핫도그를 사는 거였는데 남아 있을지 모르겠네. 펄렁이는 바지에 까만 티, 까만 운동화를 신고 커플룩을 입고 나섰다. 생각보다 바람이 세서 당황스러웠으나 셋이서 걷는 그 순간이 좋았다. 우리 나무는 유모차만 타면 시무룩하더라.. 점점 눈이 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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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사들고 돌아간다.
이 기분엔 딱 생맥인데! 한 잔만 마시면 좋겠다고 근처 가게를 기웃거렸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패스. 결국 편의점 맥주 한 캔이랑 육포를 사서 테이블에 앉아 한 모금 들이켰다. 캬. 집 밖에서 마시는 이 기분, 이 공기, 이 온도 너무 좋아. 룰루랄라 집에 오자마자 오자마자 차례차례 씻고 나왔다. 우리 셋 다 뽀송뽀송하구먼. 우리 아기는 오늘도 말똥말똥하구먼. 오랫동안 놀다가 11시 반에 재웠다 오예! 이제 자유다!! 카카오 저금통에서 542일 만에 10만원을 모았다. 야금야금 모은 돈으로 갑자기 인터넷쇼핑에 빠진 둘. 우리 언제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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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무가 보행기를 타고 앞으로 쭈욱 왔다.
아니, 저벅저벅 걸어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니..
6개월 시작! 매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