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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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일요일,
남편은 좀 더 놀다가 잔다고 했다.
나는 영혼까지 탈탈탈. 너무 졸려서 머리 밑에 연고가 깔려있는지도 모르고 잤네. 나무는 깰 것처럼 꿈틀꿈틀하더니 아침까지 계속 쭈욱 잤다. 공복 9시간이 넘어가고 있길래 맘마를 타 와서 먹인다. 190ml을 먹고 다시 깊은 잠에 빠진 우리 아기. 7시 반, 나는 그대로 방을 빠져 나온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쌓아둔 젖병을 씻고, 설거지를 하고 열탕소독을 하는 아침. 어젯밤에 쓰지 못 한 일기를 써나간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아기 옆에 누웠다. 폰을 보다가 다시 스르륵 잠드는, 마음이 편한 일요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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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빵을 접시에 올리고 우유 한 잔을 따랐다.
차리자마자 먹으면 좋을 텐데 다시 수유텀이었다. 이제 막 깬 나무를 거실로 데려와 의자에 앉혔다. 이유식에 물을 조금 넣어서 데웠는데 농도조절 실패. 주르륵 흐르는 정도라 평소보다 아기는 더 많이 흘렸다. 남편이 먹여도 주르륵, 내가 먹여도 주르륵. 먹은 걸까 안 먹은 걸까. 턱받이에 고여있는 소고기미음아 잘 가라.. 그릇에 65ml이 사라졌는데 나무는 과연 얼마를 먹었을까. 이유식을 하면서 응가하는 걸 힘들어해서 분유도 물 조절을 해 본다. 곧 유산균도 올 거니까 부디 신나게 똥파티를 했으면. 오늘도 잘 먹어줘서 고마워. 자, 우리도 맘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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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를 먹고 체력이 좋아진 나무.
이제 정말 움직임이 장난아니었다. 매트 밑 바닥으로 내려가 주방 냉장고를 지나 저멀리까지 기어가고 있었다. 그냥 놔두면 먼지랑 싸울 것 같아 돌아올 방법을 고민해본다. 제일 효과있었던 건 장난감도, 우리 목소리도 아닌 핸드폰. 그립톡이 달려있는 폰을 보면 눈이 똥그래지는 나무는 폰을 향해 열심히도 기어왔다. 와, 너무 커 버렸어.. 거실이나 주방에 위험할 만한 물건들을 다 치워야겠다.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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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기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순간 순간 표정이 귀여워서, 옷이랑 잘 어울려서 찰칵찰칵. 183일을 기록하기 위해서 찰칵찰칵. 예전엔 바닥에 눕혀서 사진찍기 좋았는데, 아기를 향해 재롱을 부리지 않으면 찍을 수가 없네. 사진첩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도치맘은 어쩔 수가 없구먼. 셋이서 산책을 나갔다. 햇볕이 뜨거워도 우산 하나랑 선풍기를 들고 렛츠고. 며칠 전에 갔던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길 쪽으로 걸었다. 너무 눈이 부셔 얼굴을 찡그릴 때면 어김없이 우산을 펴서 가려주는 다정한 나무 아빠. 벤치에 앉아서 놀다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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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할 일은 나무 목욕시키기.
내가 고군분투?를 하는 동안에 남편은 주방을 지켰다. 저녁은 남은 통닭이랑 완두콩밥이랑 미역국.
오랜만에 먹는 것 같은 쌀밥. 크게 한 숟가락씩 입에 들어갔다. 다행히 식사시간이면 조용히 유모차에 누워서 기다려주는 것 같은, 고마운 아기. 그 마음이 고마워 놀아주고 안아주기를 반복했다. 너무 일찍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일찍 재우려면 에너지 소진이 먼저. 쏘서랑 점퍼, 뒤집기와 배밀이로 힘을 쏟았다 생각했는데.. 10시 반에 재워서 약간 기쁘면서도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1시에 일어났다. 그떄부터 안겨있어도 안 자고, 장난감이 있어도 안 잔다.. 불을 끄고 돌아다녀도 말똥하기만 하네.. 똥파티까지 벌이고 1시 반이 되어서야 나는 자유로워졌다. 다시 일기 써야지..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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