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6월 7일 월요일,

어젯밤은 너무 힘들었다..

졸린 것 같은데 안 자는, 아니 잘 생각이 없는 나무. 그 와중에 힙시트 끈이랑 자기 그림자를 보면서 잡으려고 하는 모습은 왜 이리 이쁜지. 그런데 나는 왜 이리 피곤한지.. 아유. 1시 반에 아기는 깊은 잠에 빠졌고, 쓰다 만 일기를 쓰고나니 2시가 넘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 일기를 수정하기엔 무리라 그냥 폰을 껐다. 눕자마자 잠든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 왔고, 10시가 됐다. 월요일부터 숙취처럼 천근만근 내 몸아 힘내주라..
.

10시간 넘는 공복에도 깨지않는 나무.

결국 소곤소곤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톡톡 쳐서 깨웠다. 이유식은 다음 시간으로 넘기고 분유 210ml을 단숨에 마셔재꼈다. 트림도 시원하게 꺼어억. 그때부터 우리는 거실에서 놀아재꼈다. 꼬꼬장난감을 틀어놓으면 씨익 웃으면서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소리나는 장난감은 잠깐 가지고 놀다가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린다. 그렇게 장난감과 육아템으로 5분 10분 시간을 보냈다. 보행기를 태웠는데 어찌나 앞으로 쭈욱 밀고 잘 오는지,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한 모습. 누워만 있다가 뒤집기를 해서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고, 상체를 들어올리거나 보행기로 좀 더 놓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매일매일 달라져있을 아기의 시야와 시선, 기특하고 신기해. 이제 진짜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다 치워야겠다.

.

3시간을 놀다가 낮잠을 맛있게 자러 갔다.

아주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갔었지.. 이제 눈 좀 붙여볼까 하는데 깨자마자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자는 척을 하면서 실눈으로 쳐다보니 나를 보면서 웃고, 다가오려고 꿈틀꿈틀. 다시 들쳐업고 나가서 이유식을 먹인다. 따로 농도조절을 하지 않고 그대로 먹이는데 처음엔 잘 받아먹다가 점점 흘리기 시작했다. 소고기미음 65ml, 분유 130ml을 먹었네. 첫 날보다는 적게 흘렸지만 닦을 거랑 치울 건 여전히 많네.

.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잠깐 나가는데도 챙겨야 할 게 참 많구만.. 이거 챙기면 저거 빼먹고 도대체 언제 나갈거야. 햇빛이 강렬해서 잠깐 얼굴을 가려주고 동네를 걸었다. 나오자마자 더워서 아이스커피가 땡기는 순간. 근처에 있는 카페 문 앞을 서성이다가 몸을 돌렸다. 계단이 있는 입구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 그렇다고 아기를 안고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올 힘도 없어서 그냥 포기. 그냥 안 마실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나무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유모차만 타면 자더라 우리 아기는. 공원을 돌다가 동네 할머니의 액션 가득한 말씀을 듣고, 반대쪽으로 살방살방 걷다가 돌아왔다. 아이고 너무 더워 더워. 31도에 산책을 다녀왔구나 내가?

.

목욕을 시키고, 아기를 침대에 눕혀놓고 나도 씻는다.

침대 가드 사이로 보이는 엄마 얼굴에 안심을 하는지 보채지도 않고 잘 있어줬다. 나도 뽀송 너도 뽀송, 퇴근하고 온 남편도 뽀송뽀송. 오늘의 쉐프는 동그랑땡과 순두부찌개를 만들어줬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네 흐흐. 그러다 졸린 나무를 안고 재우다가 나도 같이 잠들었다. 1시간을 기절하듯 자고 일어나 다시 노는 시간. 오늘은 제발 일찍 자주라.. 12시 전에 자면 정말 좋겠다..
_

작가의 이전글20210606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