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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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화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12시 전에 자면 참 좋겠지만..
아기는 1시를 넘기고 나서야 자러갔다. 아유. 불을 끄고 거실에 안고 돌아다녀도 두리번 두리번. 깜깜해도 작은 불빛들이랑 물건들이 잘 보이나 보다. 아흑. 배 위에 올려두면 산을 타듯 기어올라간다. 누워서 팔베개를 해주고 탈출을 하거나 옆으로 돌아눕는다. 분명 졸린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계속 안았다. 조금씩 고개를 파묻더니 순식간에 잠들었네. 무엇이 우리 아기를 깨어있게 만들었을까. 우리 아기는 그 시간까지 뭘 하고 싶었을까. 크느라, 노느라 하루종일 엄마랑 잘 있어줘서 고마워. 잘 자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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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잔 날이면 다음 날까지도 많이 잔다.
7시 반에 200ml을 비우고 다시 쿨쿨쿨. 그대로 잠들더니 12시까지 내리 잤다. 일찍 자면 일찍 깰 테고, 늦게 자면 오전까지도 잘 자고.. 뭐가 좋은지 모르겠네.. 그래도 엄마가 욕심을 부리자면 12시 전에는 자면 좋겠다. 비몽사몽 나무를 의자에 앉혀놓고 미음을 데운다. 먹는 시간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반짝반짝 눈이 빛나고 있었다. 오늘로서 소고기미음은 안녕. 내일부터는 채소랑 같이 먹어보자! 초반에는 잘 받아먹는가 했더니 배가 덜 고픈지 요리조리 살피고 구경하느라 먹질 않는다. 입을 안 여는 거 보면 확실히 배가 고프지 않군. 분유까지 다 먹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를 갈려고 열어봤다가 못 볼 걸 봐버렸다. 역대급의 똥파티! 앉아있을 때 누더니 기저귀에서 등까지 위로 올라왔다. 그야말로 멘붕. 이유식 묻은 거만 닦아줄랬는데 안 씻길 수가 없었다. (어제의 일을 떠올려보니 다시 아찔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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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고 나왔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기는 잘 생각이 없고.. 치우지 못 한 화장실, 치우지 못 한 거실이 난장판! 젖병이랑 그릇, 턱받이도 씻어야 해, 똥기저귀도 치워야 해, 목욕 도구들도 치워야 해, 아기도 돌봐야 해.. 응가가 묻은 옷도 빨아야 해.. 손이 다섯 개였으면 좋겠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오후 2시 반, 보행기를 태워놓고 밥을 차려 먹는다. 남편이 만들어준 순두부찌개랑 동그랑땡이랑 김이랑 열심히 냠냠냠. 아기는 내 옆에서 바지를 만지고 다리를 만지고 슥슥슥 돌아다닌다. 다시 시작된 설거지, 열탕소독, 빨래널기, 청소기 돌리기 끝! 정신없이 땀 흘리면서 청소를 하는데 아기는 이제는 안아달라고 크게 울어버렸다. 덥고 잠오고 엄마 품이 그리운 아기는 금세 쿨쿨쿨. 에어컨을 진작 틀 걸 그랬어.. 보행기를 타고 내가 있는 곳을 졸졸졸 따라다니는 날이 오다니. 내가 눈에 안 보이면 찾는 날이 오다니. 너무 커 버린 우리 아기 너무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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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는 평화로운 시간.
퇴근시간 즈음 일어나서 남편을 반겼다. 후다닥 씻고 저녁준비를 하는 오늘의 쉐프. 밥까지 다 해놓고 우리는 간짜장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남편은 백짬뽕, 나는 간짜장, 그리고 나는 탕수육킬러니까 탕수육 하나 추가요. 배가 터질 듯 먹고 소처럼 누워있는 우리랑 반대로 너무 활동적인 나무. 그 경계에서 허우적 허우적. 그가 설거지랑 빨래를 개는 동안 나는 아기를 보고, 그가 아기를 보는 동안 이유식을 만들었다. 소고기랑 채소를 섞는 미음 첫 시작은 애호박. 16g을 3일 동안 먹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귀엽다. 귀여운 양이지만 과정은 결코 귀엽지 않고 번거로운 일들. 그럼에도 아기가 새로운 맛을 알아가고 맛있는 걸 먹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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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했다고 11시가 넘었지..
남편은 밑반찬을 만들었다. 감자채볶음이랑 멸치볶음. ‘먹고 살기 위해 주방으로 뛰어들었다’는 그 말이 고마워서 더 열심히 아기를 돌보고 건강히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에도 바쁜 내 사랑, 고단한 하루였지만 그 속에 우리가족 사랑이 더 단단해졌기를. 12시 전에 재워보려고 불을 끄고 눕는다. 아직 한창인지 뒤척이고 꿈틀거리는 우리 나무. 침대에서도 엉덩이를 들고 얼굴로 밀고 다닌다.. 인형이랑 이불, 베개 잡히는 대로 잡고 두드리고 던지고, 정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밤. 지켜보고 있는데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왔다. 도대체 왜 안 자려고 하는 거야..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잠들었네! 이숭이 0시 20분에 육퇴하다!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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