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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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수요일,
남편은 7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경기도 출장이 있어서 사뿐사뿐 방을 빠져나와 준비를 했다. 우리가 깼을 땐 이미 가고 있는 중이었고, 중간에 괴산휴게소에 들러서 마약핫도그를 먹었다고 했다.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맛이라며 귀엽게 맛평가를 알려주고 다시 고고. 나무는 7시 반에 맘마 210ml을 비우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나는 젖병을 씻고 와서 조용히 어제 일기를 쓴다. 빵이랑 우유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평화로운 아침.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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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반까지 자다가 침대 위를 굴러다닌다.
똥글똥글 똥똥이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귀엽다 귀여워. 좀 더 묵직해진 아기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오늘은 소고기애호박미음 먹는 날! 어제 맛보기로 한 숟가락을 줬을 때 잘 먹던데 부디 잘 먹어주기를. 약간 라임색을 띤 미음을 꽤 잘 받아먹는다. 중간에 분유 달라고 어찌나 우는지 젖병을 물렸다가, 다시 이유식을 먹이기 바쁜 나. 그래도 70ml이나 먹었다. 먹으면서 힘을 주길래 아찔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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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점심은 매번 2시쯤인가.
아기가 신나게 놀다가 잠든 사이를 틈타 밥을 차린다. 어제 남편이 열심히 만들어 둔 밑반찬과 밥을 먹고 썬칩도 먹고 맥심 커피 한 잔도 마셨다. 아기가 잘 때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감이란, 캬. 깨자마자 바로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을 시켰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대왕쫄보엄마가 이제 혼자서 목욕을 시킨다. 서툰 엄마 곁에서 잘 커줘서 고마워 우리 아기. 다시 돌아온 맘마 먹이기-기저귀 갈기-놀아주기 시간. 아기의 발이 되어줄 보행기는 가고 싶은 방향으로 쭉쭉 나아간다. 6개월이 되면서, 어제부터 엄마가 있나 없나를 되게 살핀다. 멀리 있어도 엄마가 보이면 안심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고 찾으러 다닌다. 짜잔!하고 나타나면 방긋 웃는 아기. 엄마와 애착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면서도 짠하네. 나 이렇게 엄마 껌딱지가 되어가는 건가요? 이제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지겠다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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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다녀온 남편을 반기는 우리.
오자마자 그는 씻었고 그 다음은 내 차례. 어제부터 땀범벅이 되는 더위에 에어컨을 틀었다. 무려 33도인 어제 오늘. 씻고 나오면 그리 뽀송할 수가 없네. 아기가 보행기를 타면서 기다려주는 사이에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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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할 일은 나무의 체력을 소진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놀아주는 것. 혹시나 우리 때문에 너무 늦게 수면습관이 자리잡은 것 같아 바꿔보려고, 3시 반 이후로 부러 낮잠을 안 재웠다. 졸려서 하품터지는 나무는 눈을 비비고 난리가 났는데.. 어쩌다보니 맘마까지 먹이고 10시에 눕혔다. ‘이대로라면 내일 아침까지도 자겠다’며 안심을 하고 각자 놀고 있는데.. 우애앵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깬 거니.. 30분 자고 체력 완전히 충전된 거니.. 우리 둘 다 다시 재워보려고 옆에서 토닥거려봤지만, 잘 생각이 없다. 너무 말똥꾸러기로 변신했지 뭐. 다시 거실로 나가보자 귀염둥이야. 12시 전엔 자러 가주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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