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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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목요일,
우리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더랬지.
야속하게도 시계는 12시를 넘기고도 낑낑끙끙 힘차게 굴러다니는 우리 아기. 오늘도 엄마의 배는 산처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었다. 잠들 것 같지 않은데다 보채는 게 심해지길래 베이비타임(수유시간 기록앱)을 켜서 확인하고서야 맘마시간이었음을 알았다. 배가 고파서 잠을 못 자는 거였구나! 젖병에 달려들더니 210ml을 단숨에 비우고 꿈나라로 떠났다. 피곤했을 하루에 단잠이, 달콤한 꿈이 우리 아기 곁에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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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어김없이 출근을 했다.
배웅을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만큼 아침에 일어나지 못 하고 잠든 나. 아기도 나도 딥슬립이었다. 8시에 일어나 맘마 210ml을 먹고 한 시간을 놀다가 잠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던 우리 나무. 앙증맞은 손과 발이 귀여워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았다. 아직도 얘가 내 배에서 나온 게 맞는지 신기한 엄마 이숭이는 한참을 아기를 바라본다. 그러다 나도 옆에서 같이 또 잠을 잤다. 암막커튼 덕분에 둘이서 열심히도 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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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애호박미음 2일 차,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릇이랑 숟가락을 들고 있으면 해맑게 웃는다.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하는데 이 때 붙잡히면 난리나겠지. 아무튼 시작이 좋았다. 입에 들어가는대로 꿀꺽 삼키더니 잘 받아 먹는 아기새. 중간에 식판을 두드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건 변함없었지만, 덜 흘리고 제일 깨끗하게 잘 먹었다. 그릇을 싹싹 긁을 정도로 냠냠. 그런 거 보면 우리 아기는 걸쭉한 농도를 좋아하나 봐. 미음 75ml, 분유 150ml을 먹고는 배가 부르다며 입을 꾹 닫았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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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정리를 하고 아기랑 좀 놀아주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2시였다. 아침 겸 점심시간. 따뜻한 밥과 반찬이 있어서 배부르게 먹었다. 비록 나무를 안고 먹긴 했지만, 나무가 내 숟가락을 낚아채갔지만 잘 먹었다. 안겨서 자던 아기를 내려놓고 숨 좀 돌리나 했는데 그대로 눈을 떴다. 아이참. 목욕이나 하러 가자! 욕조에 물 받을 때 물이 나오는 곳을 유심히 쳐다보고, 바가지로 물을 부을 때 손으로 물을 만져보려 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입에 넣고 의자도 빨려고 입을 갖다댄다. 욕조에서 손이랑 발로 물 첨벙첨벙하는 걸 좋아하고, 수건에 돌돌 감아서 안겨 나올 때 거울을 보면 활짝 웃는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기가 우리 아기라니. 187일 째 너는 여전히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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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를 타면서 나를 애타게 찾는다.
주방이나 다른 쪽에 가 있으면 열심히 두리번거리다가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데,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다. 오늘도 아기에게서 격한 사랑을 받고, 놀고있는데 졸린지 엄청 크게 울어버린다. 남편이 퇴근했을 때도 엉엉엉. 다행히 아빠를 보자마자 뚝 그치고 씨익 웃는 너를 보며, 아빠에게도 애착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아기를 안고 같이 저녁을 먹는다. 쏘서를 타다가 요상한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꺼냈더니 엉덩이가 축축했다. 똥파티였다. 옆으로 새어버린 똥.. 급하게 SOS를 외치고 후다닥 치우는데 힘을 쏟는다. 10시에 재우려고 했지만, 오늘도 실패. 1일 2똥인가요.. 또 똥파티를 정리하고 놀다가 어느새 내 품에 잠든 아기. 11시가 되기 전에 해방되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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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도움으로 윗몸일으키기 50개, 스텝퍼 25분으로 땀을 한 바가지를 쏟았다. 뱃살 타파! 부담없이 원피스를 입는 내가 되어야지. 이숭이 힘내라. _